꽃이 뿔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5월 16일 우리집에서

어렸을 적 들은 이야기다.
결혼 날짜를 잡은 처자가
자랑은 하고 싶은데
그날따라 마땅히 얘기를 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집의 강아지를 붙잡고 얘기를 한다.
“바둑아, 바둑아, 나 결혼한다.”
그 얘기 듣자마자 강아지가 아~흠하고 하품을 한다.
그러자 그 처자 왈:
“아니, 아니. 아흐레가 아니고,
열이렛날이야.”

자랑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요즘 미디어법이다 하천 정비를 빙자한 운하 추진이다 하여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엔 하나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이 정권에
속이 상하고 심정이 답답한 나는
꽃에게 말을 건넨다.

“꽃아, 꽃아, 예쁜 꽃아,
2MB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꽃은 단 한마디를 하고는
입을 굳게 다물어버린다.

“그냥 할 말이 없다.
당장 저리로 꺼지라고 해!”

꽃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멀리 하늘 나라 펼쳐져 있다.

그래도 꽃이 마음이 곱다.
좋은 데로 꺼지라고 하는 걸 보면.

8 thoughts on “꽃이 뿔났다

  1. ‘아마릴리스’라는 이름의 꽃인데
    이런 재주까지 숨기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ㅎㅎ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들러 글 읽어보게 되었는데
    가끔 또 방문하겠습니다…^^

    1. 이 꽃의 이름이 아마릴리스군요.
      꽃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찾을 수가 없더군요.
      고맙습니다.
      앉아서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방문도 감사드려요.

  2. ㅋㅋㅋㅋ
    아~ 저 꽃 맘에 드네.
    성깔 있어요. 앙다문 입하며… 저 짧고 굵은 손가락하며…
    너 무신 꽃인지 이름도 모르겠다만 암튼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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