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보이냐?
‘네가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세상을 보는게 눈에 한정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버려.
우리 개들은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코로도 세상을 봐.
심지어 후각이 아주 예민한 개들은
코의 가운데와 그 옆의 냄새도 구별을 한다고 해.
사람을 통째로 하나의 냄새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얼굴 냄새를 따로 맡고
그 얼굴도 또 각각 코따로, 입따로, 눈따로
냄새를 달리 맡아내는 거지.
하긴 인간들 가운데서도
손으로 사람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 형상을 머리 속으로 그려내는 경우가 있다더군.
그런 경우엔 손으로 얼굴을 본다고 할 수가 있겠지.
그렇게 보면 우리 개들은 냄새를 섬세하게 감지하여
그 냄새의 차이로 얼굴의 굴곡을 그릴 수 있는 셈이지.
그러니 털이 온통 내 눈을 가리고 있다고
내가 앞이라도 제대로 보일까 하는 의구심은 버려.
난 지금, 냄새로 널 꿰뚫어 보고 있어.
너한테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목욕좀 자주 하고 다녀!
무슨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뒤 엉켜 있어, 너의 체취는.’
아씨, 본전도 못건졌다.
근데 목욕은 너도 해야 할 것 같다.
9 thoughts on “삽살개”
자네가 아무리 냄새로 날 본다고 해도 자네 이름은 도꾸, 메리, 쫑 중에 하나야.
적어도 내게는.
자네는 고향집 앞마당에 심었던 댑싸리가 떠올라서
아무리 세련된 이름이 있다고 해도 내게는 도꾸, 메리, 쫑 중에 하나야.
냄새 난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시게.
자네는 빗자루로 보이니까.
그렇다면 마당을 스님들께서 쓸었나 했는데 저 녀석이 쓸고 다닌 걸까요? ㅋㅋ
제가 개는 잘 몰라요.
그냥 대충 사람들이 삽살개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리 부르기로 했지요.
글 내용은 사실 삽살개랑 별로 관련이 없고,
그냥 개에 적용되는 얘기인데
그냥 개라고 제목을 달려니 좀 그래서 삽살개라고 했답니다.
저는 먹는 것도 좋아하는디… ㅋㅋ
삽싸라! 안 됐다. 너 사실 원래 눈도 좋았어.
언젠가부터 겉멋이 들어가지구 자꾸 앞머리 내리고 다니니깐 머리카락이 눈을 자꾸 찔러서 눈이 나빠진거야. 앞머리 가지런히 올리고 다녔으면 넌 후각의 달인, 시각의 달인 두 개를 거머쥘 수 있었었는데.
지금이라도 머리좀 올려서 삔쫌 꼽아봐바.
아니 이제는 삽살이도 히피물이 드는 시대인겨.
딱 홍대 스탈인데 못 알아봤구만.
삔꽂는 건 압구정 스탈이라 삽살이가 받아들일까 모르겄네.
제가 함께 같던 그날인가요? 아님 그전?
쓸데없는 새로운것들을 기억하느라 좋은 추억도 가물가물해지네요.ㅎㅎ
수종사 올라가는 길에 봤던 축지법을 쓰시던 스님이 문득 떠오릅니다.
한편의 영화같았던 언두님의 후기도 정말 잼있었는데….ㅋㅋ
며칠전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그때의 소박함의 없어지고
난개발로 빼곡히 뭔가를 자꾸자꾸 채워 놓터군요.
비워야 그 멋이 사는곳이거늘~ 안타깝더군요. 비움의 미학을 모르는 그들이~~
앗, 날짜를 잘못 적었네요.
2005년에 갔었을 때 찍은 건데…
사진찍던데가 자꾸만 변하고 없어지고… 분당의 여술마을도 없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아쉽기도 하고, 그곳도 사람사는 곳인데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웅.. 씻기고 싶다.. 씻기고 싶다….ㅋㅋ
쟤네들 털이 눈을 가리고 있어도 마치 발을 친 것처럼
밖은 잘 보인다는 말도 있긴 하더라구요.
그런데 녀석 폼하나는 참 도도합니다..ㅋㅋ
어찌나 덩치가 큰지 처음엔 약간 겁먹었었죠.
좀 쓰다듬어 주고 싶어도 영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