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행복

Photo by Kim Dong Won

딸이 유학을 떠난 뒤로
사람들이 가끔 이런 말을 건넨다.
“행복하시죠?”
제 앞길을 잘 개척한 딸과
그 아이를 딸로 둔 아빠에 대한 축하의 말일 것이다.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이제는 어느 정도 무마가 되기는 했지만
딸을 유학 보낸 뒤 가장 먼저 찾아든 것은
행복이 아니라 허전함이었다.
딸은 그 허전함으로
자신이 우리들에게서
엄청나게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깨웠다.
그리고 또 그 허전함으로
예전에 매일 아침 얼굴을 맞대고
같은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것이
엄청나게 큰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그 행복은 잘 감지되지 않았다.
그렇게 분명한 느낌으로
우리들을 설레게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가.
내일 아침 온가족이 식탁에서 마주 앉는다는 그 사실로
오늘 밤 가슴이 설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유학간 딸은
아침마다 식탁에 마주앉아 함께 밥을 먹는 그 사소한 일상을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게 하는 행복으로 만들어놓았다.
때로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바로 곁에 두고도
한동안 그것을 모른채 산다.
또 사람들은 매일 가장 행복한 아침을 맞으면서
허전함이 마음 한켠을 뜯어간 행복을 부러워한다.

10 thoughts on “허전한 행복

  1. 저희 부모님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하네요.
    집사람이 오니까 좋네요. 덕분에 공부는 안하고
    어제, 오늘 손잡고 종일 돌아다녔네요.

  2. 꽉 찼을 때보다 조금 덜어 냈을 때 행복했다는 걸 느끼나 봅니다.
    집 떠나면 아플 때가 가장 눈물이 나던데 무탈하게 돌아오니 엄청 반가우시겠어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 행복한 만찬이 되시길 바랍니다.

    1. 그찮아 어디 바닷가인가 갔다가 무엇에 물려가지고 한동안 다리가 아팠다고 하더라구요. 이제는 괜찮다고 했지만 걱정이라도 하고 있게 그때 얘기나 하지 다 지난 다음에 얘기를 하냐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많이 놀구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뭐 해야할 일들이야 자신이 알아서 하지 않겠나 싶어요. 그저 부모가 할 일은 걱정과 응원밖에 없는 듯.

  3. 하긴 저도 헷갈리긴 했어요.
    이게 자랑질인지, 남들의 행복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인지.
    이제는 엎질러진 물.
    행복을 챙겨가실 분들은 행복을 챙겨가시고,
    염장받을 분들은 염장받으시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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