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의 입구,
그냥 걷던 길과 같은 높이로 들어선 걸음이 몇 걸음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방향을 꺾는다.
입구를 파고든 내 시선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버리고
그 계단의 아래쪽 공간으로 머문다.
보통의 건물이라면
텅 비어있을 빈 공간이다.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한 가게가 커피와 벨기에 와플을 팔고 있다.
가게의 이름은 Petit arbre,
프랑스말로 쁘띠 아브레라 읽으며 작은 나무란 뜻이다.
가게 안으로 한 여자가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비좁은 작은 가게 속의 여자일 수 있지만
그러나 알고보면 텅비어 있을 빈 공간을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만든
말하자면 빈틈없이 사는 여자이다.
또 한 건물의 입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혓바닥을 내밀듯 바깥으로 삐죽 삐져나와 있다.
이번에도 내 시선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버리고
그 아래쪽 공간을 파고 든다.
역시 보통의 건물이라면
텅 비어있을 빈 공간이다.
1층에 가게가 하나만 들어섰더라면
아마도 그 가게의 창고 정도로 쓰였을 것이고,
그러면 바깥에선 보이지도 않았을 공간이다.
그 빈틈에
1층의 가게를 한쪽으로 조금 밀치고
들어가는 입구를 얻어낸 사무실 하나가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부동산 사무실이다.
연세 부동산이란 간판을 붙이고 있다.
사무실에 중년의 남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좁고 협소한 사무실 속의 남자일 수 있지만
그러나 알고보면 비거나 버려졌을지도 모를 빈 공간을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만든
말하자면 빈틈없이 사는 남자이다.
4 thoughts on “빈틈없이 사는 사람들”
두 가게의 업종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판의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군요.
제가 커피를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일단 컬러에서 쨉이 안 되는 것 같고,
글자를 잇빠이 채워 답답함을 자초하는 아랫가게에 비해
글자 크기를 줄여가면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게
부동산보다 몇 수 위인 듯 싶네요.
위의 간판이야 예술 수준이죠.
부동산의 간판이 그래도 공간을 살리기 위해
삼각형으로 삐져나와 있어요.
나름대로 특이하다는 거 아니겠어요.
계단을 응용해서 아래쪽에는 매표소와 안내소를
그 위 계단은 공연석으로 만든 건축물이 미국 뉴욕인가에 있다고 하데요.
아마 디자인을 우리나라 사람이 했다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 정말 빈틈이 없습니다.
정말 빈틈없이 산다는 느낌의 가게가 여기저기 눈에 띄더군요.
서울서 산다는게 만만찮다는 느낌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