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공연은 공연자의 이름을 알고 있으면
피부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시나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일 것 같은데
시인과 소설가의 이름을 알고 시와 소설을 읽는 것과
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채 읽는 것은
작품과의 사이에 거리감의 차이를 불러온다.
이름이라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좀더 작품에 가까워진다.
공연은 더더욱 그렇다.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공연은 공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공연의 중심을 이루는 그 공연자를 분명히 해준다.
예전에 나는 홍신자의 춤에서
춤추는 자 사라지고 춤만 남는 세계를
춤의 이상으로 보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춤은 관객이 춤추는 자를 잘 알고 있을 때
춤과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밀착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8월 25일 화요일, 7시부터 10시까지 홍대앞 놀이터에서
사운드박스의 거리 공연을 함께 했다.
그 날의 공연 멤버들을 소개해 드린다.
기타.
미스터 조라고 불리는 듯.
완전히 밀어버린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머리가 엷게 다시 돋아있다.
다리에 다리가 있고, 머리에 머리가 돋는 것은 우리 나라 뿐이다.
공연 중간에 핸드폰으로 들어온 문자를 읽어주다가
미스터 조가 말했다.
이 공연이란 것이 쉽지가 않다고.
그가 쉽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의 반응을 말함이다.
하루에 100~200명 정도가 공연을 보고 가는 것 같은데
정작 사이월드에 개설해놓은 사운드박스의 클럽을 찾아주는 것은
네 명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 심정을 잘 안다.
언젠가 블로그의 글이 포털 다음의 블로거 뉴스 메인에 오르면서
하루 방문객이 내 블로그의 카운터에 2810명으로 기록된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날엔 1080명을 기록했다.
그리고는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이틀간 방문객이 폭주했지만 그 방문객 중에
내 블로그를 다시 찾아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내 블로그는 가입 기능이 없어 그런 것을 모를 것 같지만
난 다 아는 방법이 있다.
반응이 전혀 없어도 힘이 빠지겠지만
가끔 뜨거운 반응도 뜬구름 같은 것이다.
알고 보면 음악을 가장 큰 동반자 삼아 꾸준히 가는 수밖에 없다.
사운드박스가 그렇게 가고 있는 듯 보인다.
꾸준히, 음악과 함께.
그들의 음악을 성원해주고 싶다면 싸이월드에 있는 그들의 클럽을 찾아가 보시라.
주소는 http://club.cyworld.com/club/main/club_main.asp?club_id=52390339 이다.
“사람들에겐 기타의 선율을 선물하지만
나는 기타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어.”
미스터 조가 연주를 하며 기타에 귀를 밀착시키고 있다.
이 날 그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기타줄을 이빨로 물어 뜯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기타에 입맞추고 싶었던 것일까.
진한 프렌치 키스로.
드럼.
바야바라 불리는 듯.
연주 중간쯤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이 날은 바야바의 예쁜 여자 친구가 함께 온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 얼굴빛이 더 환해 보인다.
공연 마지막 무렵,
모든 잠베와 심지어 베이스까지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는 잠시 드럼대신 잠베와 베이스로 연주를 했다.
그 멋진 장면은 찍지를 못했다.
카메라의 카드가 다 차는 바람에.
어지간히 셔터를 누른 것 같다.
이 날 그의 스틱 하나가 부러졌다.
비트박스.
멤버들은 그를 가리켜 주댕이, 혹은 주딩이라고 불렀다.
듣는 나는 좀 무안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입이 훌륭한 악기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엄마 아빠라는 두 단어만 가지고도
그 말들을 리듬에 실어 거뜬히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의 입안에는 비트가 살고 있었다.
베이스.
그는 호새라 불린다.
공연중에 들은 얘기에 의하면 방년 22세라고 한다.
얼굴에 나이가 그대로 보인다.
남자지만 꽃다운 나이의 젊음이다.
카메라를 자꾸 들이대자 그가 카메라를 향하여 익살을 보여준다.
사진에선 정지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의 혀가 빠른 속도로 드나듦을 반복했다.
잠베, 그리고 탭 댄스.
제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가장 기럭지가 긴 탭퍼.
공연 준비할 때 보니
그는 팔도 유난히 길었다.
나도 팔이 긴 편이다.
동질감 느꼈다.
처음에 탭퍼들은
얇은 널판지 위에서 탭댄스를 펼쳤으나
중간에 약간의 높이를 가진 파란색의 짐받이를 무대로 삼을 수 있었다.
바로 그가 구해온 것이었다.
메인 보컬, 그리고 기타.
그는 제이디라고 소개가 되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듯 보인다.
날아온 문자 중에 만날 용의가 있으면
이 전화로 연락하라는 적극적 문자도 있었다.
제이디는 결혼했는데라고 대응했고,
사람들이 놀라자 농담이라며 손을 저어 황급히 자신의 말을 지워야 했다.
사진찍는 입장에서 보면
가장 사진이 잘 받는다.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홍대앞 놀이터로 한번 놀러오시라.
공연은 거의 매일 있지만 무대가 대학로로 옮겨지는 날도 있다.
공연 일정은 그들의 싸이월드 클럽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잠베, 그리고 탭 댄스.
그는 잼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가슴에 자신의 이름을 써갖고 다닌다.
보컬.
그녀는 사운드걸로 통했다.
음색은 린다 론스태드트나 보니 타일러를 연상하시면 되겠다.
그러고보니 얼굴도 린다 론스태드트와 비슷한 듯하다.
그녀에게 날아온 문자는
그녀를 가리켜 조규찬 닮았다고 했다.
그녀의 반응은 “안습, 흑흑”이란 것이었고
내일 미용실 갈거라고 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예뻐요”라고 반응했다.
난 조규찬이 누군지 몰라서…
닮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녀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이름을 봐선 남자인거 같고
어쨌거나 잘생긴 사람이겠거니 했다.
잠베, 그리고 탭 댄스.
그녀의 이름은 신혜련이다.
신내련이라 불리기도 한다.
단연 돋보이는 댄스 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사운드걸과 듀오를 결성하여 노래까지 부르며
격정적인 헤드뱅잉을 보여주었다.
잠베, 그리고 탭 댄스.
아직 이름을 챙기지 못한 멤버.
각이진 아그리파 석고상이 생각난다.
일단 아그리파라 부른다.
도착하여 신발을 탭댄스용 신발로 바꿔신고
다리를 움직여 풀어주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리가 악기이다.
다른 멤버가 기타를 튜닝할 때
그는 다리를 튜닝한다.
머리를 뒤로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하다.
나로선 해석이 어려운 난해한 머리이다.
그는 그냥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춤에 가장 어울리는 몸을 함께 갖추고 있다.
공연 멤버가 항상 똑같은 것은 아닌 것 같다.
홍대앞을 지나다 그들, 사운드박스와 만나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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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사운드박스 – 8월 25일 홍대앞 놀이터 공연의 공연 멤버들”
안녕하세요. 우선 허락없이 이런글 남겨서 죄송합니다. 저는 사운드박스를 다큐작업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킵워킹펀드라는 공모에 응모하여 조그만 응원이라도 받을까 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0832588
위 주소로 가시면 공모중인 작품을 보실수 있습니다. 조그만 응원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사운드박스팀의 멋진 다큐가 나올수 있도록 조그만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 기대할께요.
댓글 하나는 남겼습니다.
여기 방문해 주신 것도 고마워요.
언제 또 사진 찍으러 가고 싶네요.
오홋~!
김동원 님 글은 볼 때마다 감동이네요 ^^
감사합니다 ^^*
오히려, 제가 감사!
거리로 뛰쳐나온 예술은 더더욱 중독성이 큰 거 같아요.
이제 열혈 팬이 되셨나 보네요.
저는 홍대 근처만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는데 말입니다.
대학가라서 그런지 술값이 착하다는 장점이 있어 좋기는 하더군요.
볼 때마다 공연이 다르다는 것도 매력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