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그곳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마치 누군가 단칼에 잘라낸 형상의 절벽이었지만
경사를 수직으로 세워두지 않고
약간 비스듬히 눕혀놓고 있어
우리들이 그 경사를 타고 얼마든지 오르내릴 수 있었다.
우리에겐 그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대개 끝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중간쯤에서 발을 돌리긴 했지만
중간쯤만 가도 우리들은 상당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우리는 그곳을 가리켜 빛바위라 불렀다.
어느 날 그곳의 산이 갈라지며 빛을 번쩍 내었으며,
그 뒤로 그곳이 빛바위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
그곳에 대해 마을 어른들이 들려준 전설의 전부였다.
그곳에서 빛이 번쩍 했다는 것 이외에
그 앞뒤로 따라붙는 어떤 사연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간단하고도 명료한 전설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빛바위의 한쪽 부분은 거북등처럼 되어 있어
그 위로 오르면 우리는 거북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의 호사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주된 산맥에서 옆으로 내려온 산줄기 세 개를 뭉텅 잘라놓은 듯한 그 절벽은
비가 많이 온 날이면 가운데 계곡으로 엄청난 물줄기를 햐얗게 뿜어냈다.
그 물줄기를 헤치며 계곡으로 올라가 보는 것도 우리들의 재미였다.
딱 한번 그 물줄기의 처음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가본 기억이 있다.
빛바위는 지질학적 연구에 의하면
자그마치 4억9천만년전에 생성된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러니까 4억9천만년된 놀이터에서 놀았던 셈이다.
아울러 그렇게 퇴적이 될 때는 그곳이 얕은 바닷가였다고 한다.
이제는 아득해져 버린 파도의 추억이 오래 전에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서 뛰어놀 때면 바위는 어떠했을까.
마치 우리들이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파도의 추억 같지는 않았을까.
바닷가에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바다에 가면 그 품으로 뛰어들고 싶곤 했다.
빛바위의 품에서 바다의 추억으로 뛰놀던 어린 시절이
알게 모르게 나에게 바다를 알려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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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4억9천만년된 놀이터”
어릴적 살던 곳에 가면 참 많이 작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그렇게 깊던 냇가도 무릎밖에 안 오고, 커다란 바위도 왜소해 보이고…
다행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반갑더군요.
저는 워낙 시골이라 예전에 놀던 곳을 올라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나무가 우거졌더라구요. 겨울쯤 내려가서 수풀이 고개좀 숙였을 때 한번 옛날의 산에 올라가 봤으면 좋겠어요.
저런 바위를 타고 놀았으니
당신이 산을 요리조리 잘 타는 모양이야.
누가 강원도 산골 소년 아니랄까봐…
오랜만에 당신 고향 사진 본다.
나두 본지 오래된 것 같어. 보구 싶네.
함께 놀던 나무들이 있었는데 그게 거의 다 없어졌어.
그저 살아남는 것은 바위와 산 뿐인거 같어.
없어진 나무들이 많이 아쉬워.
오랜만에 가니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