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그러니까 2008년에는 3년만에 오대산을 다시 찾았었다.
올해는 1월 16일날, 횡계의 선자령을 3년만에 다시 찾았다.
그 부근에 좋은 산들이 많지만 꼭대기까지 올라본 것은
오대산과 선자령밖에 없다.
선자령을 처음 찾은 것은 2006년 한여름이었다.
날이 다 저물어 도착하는 바람에
산을 올라가다 초입에서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리하여 깜깜한 산길을 따라 대관령의 강릉쪽으로 내려갔었다.
같은 해 10월, 이번에는 그녀와 함께 선자령을 찾았고,
그때는 꼭대기까지 올랐다.
산의 가을 풍경과 함께 구름이 좋았던 날이었다.
그 날은 선자령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저녁이 되었고,
다시 깜깜한 밤에 대관령 옛길을 걸어 강릉 방향으로 산을 내려갔다.
마지막 시내버스를 잡아타고 강릉으로 가서 집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2007년에는 3월에 강원도의 눈소식을 듣고는
그녀와 함께 차를 몰아 선자령을 찾았었다.
이번에는 3년만에 아는 분들과 동행하여 다시 선자령을 찾았다.
오늘은 올라가는 길의 풍경을 선물해 드린다.
하남에서 출발한 것이 아침 여덟 시.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선 차가 막힘 없이 달린다.
한겨울에도 원주쯤 가야 히끗히끗 눈세상이 펼쳐지는데
이번에는 세상 어디나 다 눈세상이다.
강원도를 자주 다니다 보니
그녀의 머리 속에서 길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이는 것 같다.
그녀가 치악산휴게소에서 쉴 거냐고 물었다.
항상 고향 갈 때 그 휴게소에서 쉰다.
오늘은 길이 다르다.
횡성휴게소에서 쉬었다.
이상하게 지린내가 진동을 해서
다음부터는 그 전의 문막이나 평창휴게소를 이용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횡성을 지나자 하얗게 눈꽃이 핀 나무들이 눈을 잡아끈다.
버스타고 갈 때 항상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곤 했던 구간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없다.
언제 한번 차몰고 가서 꼭 사진에 담아가지고 올 생각이다.
일단 차창으로 한 컷 담았다.
뒤의 사람들 내가 창문 열어놓고 사진 찍는 바람에
바람 좀 맞았을 거다.
나랑 같이 다니면 생고생을 사서 해야 한다.
휴게소에서 국수와 우동 먹으며 쉰 시간까지 포함하여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원래 횡계 읍내로 들어가 조금 두리는 번 거리며 동네 구경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곧장 대관령으로 갔다.
항상 평일날 선자령을 가다보니 사람들이 한적 했었다.
이번에는 초입부터 엄청난 인파와 함께 했다.
이건 뭐 완전 굴비엮기 놀이이다.
그래도 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태백산갔을 때도 이런 풍경을 한번 경험했는데
이번에도 또 수많은 사람들의 행열에 붙어서 산을 올랐다.
초입의 넓은 공터에서 바라보니
대관령 남쪽으로 높다란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나무들이 모두 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능경봉이 아닐까 싶다.
이제 선자령은 많이 올랐으니
다음에는 능경봉으로 방향을 잡아보고 싶다.
선자령 꼭대기에서 저런 풍경을 만나려니 하고 꿈꾸었는데
역시 남쪽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면에선 무리한 기대였다.
이 날 유난히 비행기가 하늘을 많이 날았다.
한 대가 계속 눈을 어지럽힌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비행기는 푸른 하늘에 자그마치 네 개의 선을 그으며 날아가기도 하는데
이 비행기는 두 개의 줄을 그으며 날고 있다.
저 줄타고 잽싸게 비행기까지 올라가는 상상을 하며 혼자 키득거렸다.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으로 사람들이 가고 있다.
내려올 때의 기억을 더듬어 맞추어 보니 양떼 목장의 근처가 아닐까 싶다.
원래는 길을 짐작하기 어려운데
오늘따라 사람이 많아 여기저기 길들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많은 날 오니 이건 아주 좋다.
마치 나무들도 함께 걸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그것도 줄서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허리도 약간 정상쪽으로 구부정하게 굽혀서.
비행기 한 대 이번에는 옆으로 날아간다.
산골 출신이라 옛버릇을 버리질 못한다.
어렸을 적,
멀리 까마득한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 하나만 나타나도 구경거리였던
바로 그 습관이다.
나무들이 손흔들어 주고 있는데 봤을라나 모르겠다.
선자령은 산의 능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구경거리이다.
풍경이 자연만한 것은 없지만
가끔 인공의 기계 문명이 눈을 현혹하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흉물스럽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흉물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문명을 자연 속에 잘 배치하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는 듯 싶다.
멀리 아래쪽 숲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걷는 나무가 된 느낌일까.
걷는 사람은 못가지는 느낌을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가질 때가 있다.
눈도 종류가 몇 가지 있다.
싸락눈, 함박눈, 진눈깨비 등.
난 그중에서 싸락눈을 제일 좋아한다.
동글동글 뭉쳐있는 모습이 재미나서이다.
이건 무슨 눈인지는 모르겠다.
쌓인 다음에 찬바람에 신경이 곤두 선 눈 같기도 하고.
무엇이가를 얇게 벗겨놓은 박피 같기도 하다.
멀리 정상이 보인다.
보통 산은 정상에 가기까지는 경관이 잘 벗겨지질 않는데
선자령은 중간중간 경관이 벗겨지곤 한다.
숲 하나 나와서 탁트인 경관 한번 보고,
또 숲으로 들어가서 길을 가다가 탁트인 경관 한번 보고,
바로 그러는 재미가 선자령에 있다.
바람개비의 신을 찾아가는 구도자들의 행렬같다.
멀리 산 위에 거대한 바람개비 두 개가 보인다.
바람의 신전은 그 뒤 산꼭대기에 있다.
오늘 바람의 신전에선 어떤 신탁을 들려줄지 모르겠다.
멀리 계곡 아래쪽의 길은 한가한 것이 분명하다.
항상 사람들이 줄을 잇지 않고 띄엄띄엄 점선으로 흩어져 길을 간다.
계곡에 묻혀가니 경관은 트이지 않겠지만
줄을 맞추어 올라가다 보니
계곡 쪽의 길이 보여주는 호젓함이 부럽기만 하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뒤쪽 끝이 멀리 숲의 나무들과 뒤섞여 있다.
나무들도 따라나선 것은 아니겠지?
대장 바람개비와 그 밑의 꼬마 바람개비들.
물론 바람개비에 작고 큰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눈 가까이 있는 것이 무조건 대장 바람개비가 된다.
내 눈에서 멀면 졸지에 꼬마 바람개비가 되고 만다.
바람개비의 나라에 이르자 바람개비는
크고 거대한 것 앞에서 주눅이 든다 싶으면
좀 멀리 떨어져 보라고 말한다.
정상을 눈앞에 두면 넓은 목초지가 나타난다.
원래는 산이었을 테지만
양과 소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나무들의 양보를 구한 뒤
푸른 풀밭에게 자리를 내주었을 것이다.
줄지어 가던 사람들이 넉넉하게 흩어졌다.
정상의 바로 밑에서 내려다 본 풍경.
바람개비가 여기저기 흩어져서 제각각 돌고 있다.
바람개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람일까,
아니면 바람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할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항상 이 곳의 표지석을 보면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어디 에베레스트라도 오른 느낌이다.
정상에서 이렇게 사람들 많이 만난 것도 처음이다.
시장을 벌여도 충분히 장사가 될만한 인파였다.
우리도 북적이는 인파 속에 묻혀 잠시 시간을 보냈다.
한가하게 둘이 올라오면 산이 모두 내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니 오늘은 산을 모두 내 것으로 하기가 어렵다.
오늘 선자령은 밀려드는 손님 치르느라 정신이 없는 눈치이기도 하다.
우리도 그 많은 손님의 일원이 되어
오늘은 선자령의 정신 빼놓는데 한몫했다.
22 thoughts on “3년만에 다시 찾은 선자령 – 올라가는 길”
죽 보고 내려오자니 그 날 출발해서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일정이
죽~ 생각나네요.
내일은 하산하는건가요?
길가의 눈꽃을 제법 선명하게 잡으셨네요.
요대목에서 기사가 조씨가 아니라 서씨였던게 못내 아쉬웠던거죠?
저도 조씨였다면 덕분에 그 눈꽃을 직접 알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쳐지나가는 풍경이었지만 참 환상이었는데..
언젠가 백담사 갈 때 한번 구경했죠.
사진도 찍었구요.
고속도로에선 무리예요.
그걸 찍으려면 국도를 타야 하더라구요.
내일 당장 하산해야죠.
정상에 계속 있다가는 얼어죽게요. ㅋㅋ
오마이뉴스 기자 글 읽다가 동원씨 사진이 올라왔길래 따라들어왔어요 ㅋ
글을 읽는데 동원씨 목소리가 들리는 듯.. (웬 환청?)
사무실에서 혼자 ㅋㅋ
사진이 먼저인지 글이 먼저인지, 참 대단한 능력이십니당 ^^
걷는 나무와, 걷는 사람들…
싸락눈 사진은 김영갑 갤러리에서 보았던 갈대밭 사진이 생각났어요.
사실 박피의 느낌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지만..ㅋ
글구, 조기사~
얼마전 MBC 다큐에서 곰배령 찍은거 봤는데 넘 좋더라
갈때 나 좀 끼워주면 안되겠니? ㅋ
조기있는 조기사한테 잘 부탁해 보셔요.
뭐 친구랑 같이 곰배령간다는 말도 있으니 큰 무리 없을 듯.
하루에 다녀올 수도 있을 거 같어요.
예전에는 하루에 갔다 오는게 좀 벅찼거든요.
그 춘천고속도로 때문에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준 거 같어요.
처음에는 그냥 춘천까지만 가는 고속도로인줄 알았는데
예전에 양평과 용문, 홍천 거쳐 가던 길을 질러 가더라구요.
가기 전에 미리 입산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냥 들어가면 벌금이 200만원.
조기사, 나타났다~
곰배령 가고 싶은 사람 많네.
아무래도 줄세워야 할 듯. ㅋㅋ
가을 여행을 한라산으로 했으니
겨울 여행을 곰배령으로 해볼까나…^^
한국 100대 명산 가운데 80위의 산이라네요.
사람많이 찾는 순으로 명산의 순위를 매기는 거 같어요.
밋밋한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아요.
강원도라 요 근처에 좋은 산은 아주 많죠.
희한해요.
앞에 세 분은 사진도 다르고 사진을 풀어내는 글이 달라도 한 곳에 다녀오신 느낌이 드는데….
4빠님은 4빠님 만의 선자령을 다녀오신 느낌이네요. 이건 뭘까요?
그리고…
세 번째 문단 열두 번 째 줄에서요.
‘언제 한번 차몰고 가서 꼭 사진에 담아가지고 올 생각이다’
혼자 빵 터졌어요.
‘조기사! 운전해~. 지난 번에 내가 창문 열고 사진 찍었던 횡성 지나서 눈꽃이 아름다웠던 나무가 있던 거기로 좀 가. 어서~어!’
ㅋㅋㅋㅋㅋㅋ
갔다 와서 일이 있어 종로에 나갔다 왔거든요.
사진좀 찍어보려 했는데 도심에선 사진이 잘 안돼요.
마음에 들이질 못하는 것도 같아요.
자연은 쉽게 마음을 파고드는 것 같구요.
조기 길이 바로 옆으로 국도가 함께 가요.
그 국도에는 항상 차가 한 대도 없어요.
눈온 날 가면 죽음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마 환상적이긴 할 거예요.
조기사, 항상 대기 상태로 있어~ ㅋㅋ
역시 lari님은 대단혀~
나는 읽으면서도 아무 생각없었는데
그걸 알아채시다니…
항상 대기 상태가 체득된 이 몸~ 누가 구제 좀 안해주나요? ㅋㅋㅋ
진동계곡으로 가자.
춘천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이면 간단다.
구제해달라니까 진동계곡에 가잔다…ㅋㅋㅋ
나를 곰배령으로 데려가면 간다.ㅋ
내 구제해 주지.
진동계곡에 곰배령있다. ㅋㅋ
시간도 1시간이나 줄여주었다.
행사 끝내고 리뷰 영상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시네요.
선자령 오르는 길엔 그 칼바람 때문에 잔뜩 움추린 채 앞사람 발끝만 보며
걸었는데, 언제 멀리 계곡 아래쪽 풍경들까지 담아두셨나요.
사실 오르는 길 풍경은 다소 밋밋해 무얼 건지셨을까 했는데,
역시 눈이 좋으십니다.^^
눈이 많았잖아요. ㅋㅋ
카메라도 한몫하구요.
저기는 사실 외계인 기지 였습니다.
오지말라고 손을 저으면 저을수록 구름같이 몰려드니
아니 굴비엮이듯 몰려드니
실장님이..명하셨습니다. 빨리타! 일단 피하고 보자.
잽싸게도 내뺍니다.
..어라..이거이거 중독증상..서당개^^
신기들린거 아녀유.
내일 비행접시 착륙장 나옵니다. ㅋㅋ
신끼? ㅋㅋ
서당개 몇년인데..이정도는 읊어줘야쥬~
(아닌가? 나..능력 있나? 이런 젠장..난 능력 필요없는데
달라는 돈은 안내리시고 이런능력을 내리시냠)
이번 눈이 돈이예유.
이번에 내린 눈으로 겨울 가뭄 해소에다 산불 방지가 되서
8천억의 경제적 이익이 되었다고 기상청에서 박박 우겼다잖아요.
빨리 아파트 마당에 놓여있는 눈 몇 바가지 퍼서
기상청 갔다가 와요.
이익난 8천억 중에서 얼마라도 바꿔줄지 몰라요. ㅋㅋ
그라믄 내일 신문에 나는겨유?
같이 갈래유?
아니, 왜 갑자기 물귀신 작전으로…
난 돈대신 눈이예요.
눈찍으러 대관령까지 갔다 온 거 보면 몰라요.
난 그냥 눈 가지고 있을래요. ㅋㅋ
ㅋㅋ..포님이 그만! 외칠때가 됐습니다.그만합니다.이놈의 씰데없는 신기.
내가 끼어들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그만 막을 내리시는군요. ㅋ
두 분만이 맞짱뜰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벌어진 판을 즐겨볼 참이었는데…
판은 나중에 얼굴보면서 한번 벌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