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의 모임에 갔다가
유명한 분에게서 글씨 한 점을 얻었다.
지켜보고 있는데 글씨를 참 잘 쓴다.
캘리그라피 분야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분이다.
자리한 사람들이 요청하는 대로 글 한 편씩 써주었다.
모임이 있던 곳이 통방산이 자리한 곳이라
통방을 한자로도 써주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 쓰자 통방(通方)의 방(方)자가
사람이 팔을 벌린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서로 통하는 곳이란 뜻을 담은 듯 보였다.
나도 한 점 얻고 싶어서
“날자 날자꾸나”을 써달라고 했다.
옆에서 이상의 싯구절이라고 일러준다.
싯구절이 아니라 소설의 구절인데…
어쨌거나 나는 그 글귀를 써달라고 하면서
까다로운 주문 하나를 더 얹었다.
나는 박제된 천재가 쓰듯이 써달라고 했다.
얻은 글씨에선
날고 싶은 꿈은 보였으나
아무리 찾아 보아도
박제된 천재는 보이지 않았다.
글씨 속에 이상을 담아달라고 한 것이나 진배없으니
내 주문이 너무 까다롭거나 지나쳤나 보다.
나도 사진을 찍지만
그 대상이 작가일 때
그 작가의 사진에 그 작가의 작품을
고스란히 담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있기는 있다.
사진에 담긴 작가의 모습에서
작가의 작품이 고스란히 보이는 경우를
딱 한 번 경험했었다.
사진 작가와 작품명은 기억나질 않는다.
만레이 사진전 때였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진의 꿈일 것이다.
그도 그런 경지를 꿈꾸며 글씨를 쓰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의 작품전이 열리면
그의 경지를 그의 뜻대로 담아낸 작품을 보러
한번 가볼 생각이다.
4 thoughts on “글씨 한 점을 얻다”
모든 건 액자로 들어가면 더 멋있습니다.
단, 사람의 생각만 빼고요…
글씨를 쓰신 분이 부부가 함께 작업하신다는 그 분이 아닌지요.
오늘 다시 만나 또 술마셨는데 몇번의 개인전을 했고 앞으로 초대전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까다로운 주문 앞에 세우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졌습니다. 나중에 볼 기회가 있겠지요.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 분은 아닙니다. 그 정체는 신데렐라 언니와 불멸의 이순신의 제자하신 분이라고 소개하고 넘어가렵니다.
글씨도 호방하지만, 무엇보다도
즉석 주문에 흔쾌히 응하는 인심이 후한 분이네요.
표구하셔서 걸어두시면 더 멋져보일 것 같습니다.
낙관 찍는데만 1시간이 걸렸어요.
낙관도 그냥 찍는게 아니라 글자를 봐서 적절한 위치를 찾더군요.
이게 보통 노동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