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흔적 앞에서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11일 서울 인사동의 쌈지갤러리에서

누군가 그들의 사랑을 남겨놓고 갔더군.
건물 2층인가 3층인가의 철재 난간 위에.
아주 위험하게.

하긴 그렇긴 하지.
사랑할 때는 바로 곁의 깎아지른 위험도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둘이 선 자리는
바로 곁으로 추락의 위험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둘을 넘봐도
둘은 그저 달콤하기만 한 법이지.

누군가 또 그들의 사랑을 남겨놓고 갔더군.
건물 꼭대기의 맨위 계단에.
그들의 사랑이 내 발에 밟히더군.
올라갈 때도 밟히고, 내려갈 때도 그렇고.

하긴 그렇긴 하지.
우리의 사랑도 가끔
우리의 발이 아니라 세상의 발길에 밟히기도 하지.
그러다 가끔 우리가 새겨놓은 사랑을
우리가 밟아버리기도 하지.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11일 서울 인사동의 쌈지갤러리에서

6 thoughts on “사랑의 흔적 앞에서

  1. 근데요 D+9 가 무슨 뜻일까 궁금하네요
    저렇게 남긴 것을 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가서 보게 되면 참 묘한 기분이 될 것 같네요
    헤어졌다면 슬프고
    같이 산다면 기쁘고 짠하고
    멋진 낙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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