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도둑은 아주 이상한 도둑이었다.
자전거 도둑이긴 했지만 자전거를 훔쳐가는게 아니라
자전거의 안장만 훔쳐가는 도둑이었다.
그래서 동네엔 한동안 안장이 없는 자전거가 여기저기 흔하게 눈에 띄곤 했었다.
그런데 그가 잡혔다고 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경찰서에서 그는
같은 말을 끝없이 되뇌이고 있었다고 한다.
“앉아서 달리는 것은 말도 안돼,
앉아서 달리는 것은 말도 안돼”라고.
그 뒤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언듯 들려온 소문에 의하면
그는 약간의 자폐 증세를 보이면서
바깥 출입을 거의 않은채 책에 파묻혀 지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 바깥을 나갔다 온 날이면
그는 아주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아마도 소문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책에 묻혀있을 때 그에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라는 말이
질서정연하게 그의 눈앞을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깥을 나갔을 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그의 눈앞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는 질서정연한 글귀로 변환이 되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앉아서 달린다”로 변환이 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현실을 ‘자전거를 타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앉아서 달린다’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진 것이 틀림없다.
그에게 달리는 것은 ‘서서 달린다’가 정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이 그로 하여금 자전거의 안장만 훔치게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런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전하는 일상적 말이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다.
그가 상점으로 들어섰을 때 출입문 바로 옆에 마련된 계산대에는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파가 앉아 작은 TV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화면 안에서는 한참 뉴스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뉴스 진행자는 은행 전산망에 침입한 해커가 거액의 예금을 빼돌린 사건을 전하고 있었는데… 물건값을 말하는 노파에게 돈을 내고 나서 그가 상점을 나설 때, 금고에는 손도 안 댔는데 어떻게 돈을 털어갔다는 게야, 마술을 부렸나, 하는 노파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최대환 연작소설 <클럽정크 – 그의 꽃, 그녀의 꿈, 마술 같은>중에서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들은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를 약간의 자폐 증세 속에 유폐시키고,
그에게 자전거의 안장 도둑질을 시킨 뒤 붙잡히게 만들어
경찰서에서 “앉아서 달리는 것은 말도 안돼”라는 말을 되뇌이게 만든 것은
바로 나였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그때 안장을 잃어버린 사람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정말 내가 그랬던 것일까.
자전거도 아니고 자전거의 안장만을 잃어버린 황당함에 대한 분풀이로
내가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내가 좀 못된 짓을 한 것 같다.
지금쯤 노파가 컴퓨터를 배워서
더이상 뉴스에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되었으면 싶다.
지금쯤 그도 자전거를 배워서 ‘앉아서 달린다’의 세계 속에서
혼란이 아니라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