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에게 장미를 선물했지.
그녀는 한참 동안 장미를 들여다 보았지.
장미의 꽃잎이 서서히 나선의 소용돌이를 그리며 퍼져나갔지.
그녀는 어느새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빨려들고 있었지.
그녀가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발길을 돌리기엔 한참은 늦은 뒤였지.
두렵고 불안했지만 이젠 그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지.
그리하여 그녀는 장미의 한가운데,
그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지.
장미의 깊숙한 속, 그곳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게 되었을까.
바로 그의 마음을 보게 되었지.
그러니까 그는 장미를 갖고 온게 아니라
장미의 깊숙한 곳에 그의 마음을 담아서,
그 마음을 들고 온 거였지.
그녀는 황홀했지. 꿈결같았어.
하지만 갑자기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군.
-아니, 이게 뭐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구. 무슨 장미속 여행에다, 그곳에서 만나는 그의 마음이라니.
그녀는 그 소용돌이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잘알고 있었어.
그건 바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푸르르 떨어주는 거야.
그녀가 그렇게 고개를 푸르르 떨자
그녀는 단박에 그 소용돌이를 빠져나와 어느새 장미의 앞에 다시 서 있었지.
그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의 앞엔 그가 주고간 예쁜 장미 한송이가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지.
그녀가 보았던게 정말 그의 마음이었을까.
그녀가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가 말했지, “무슨, 하이트를 마셨냐?”
둘이 낄낄대고 한참 웃었지.
오늘도 여전히 그가 주고간 장미가 변함없이 그녀의 앞에서 흔들리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