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귀국한 다음 날,
딸이 집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전히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는다.
언젠가 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자명종 시계를 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명종 시계가 깨우는 것은
딸이 아니라 항상 우리들이었다.
자명종 시계는 우리를 깨우고
그러면 자명종 시계 소리에 일어난 우리는
그때부터 딸을 깨웠다.
집에 돌아온 딸의 그 버릇은 여전하다.
딸이 가져온 핸드폰이 삑삑 거리며 알람 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에 깬 것은 딸이 아니라 우리들이었다.
알람을 어떻게 끄는지를 몰라
그냥 딸 옆에 갖다 놓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핸드폰은 내 기억에 그 아침에 다섯 번은 삑삑 거린 것 같다.
딸은 끄고 또 자고, 끄고 또 잔다.
끈질긴 딸이다.
어릴 적에도 항상 그랬었다.
가끔 그 싱갱이 끝에서
속터진 저희 엄마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한 버릇이지만
바로 그 버릇이 딸이 집에 왔다는 실감을 확실하게 해준다.
그녀는 한술 더떠 속터졌던 과거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면서 아이를 안스러워 한다.
언젠가 초등학교 때
아이가 한번 지각을 하고 난 뒤
아이 선생님한테 보낸 편지에서
“평생을 아내가 아이의 늦잠과 씨름한다고 해도,
아이에게 그런 방만한 삶을 인간의 이름으로 허용하고 싶다”고
써보낸 적이 있는데
아이는 아이를 그렇게 키운 집의 분위기를 용케도 기억하고
그 분위기를 맘껏 누리는 것 같다.
이미 잡혀진 약속이 있어 끈질지게 깨웠는데
일정 없는 날을 잡아 하루 종일 자도록 내버려두어야 겠다.
4 thoughts on “딸의 늦잠”
집에 가면 잠만 자는 나를 깨우다 지친 우리 부모님께서는 항상 이러셨죠.
‘저렇게 자고 서울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가 의문이라고’ㅎㅎㅎ
우리도 그 얘기 했어요.
너도 학교는 제대로 가고 있냐.
그래서인지 거의 오후 수업만 듣는 듯.
옆모습이라서 그런가? 문지가 좀 야위어 보이네요.
일주일이지만 엄마빠 할머니 사랑 듬뿍 받고,
단지 집에 왔다는 것을 엄마빠에게 알려주기 위한 ‘무늬만 알람’은 무시하면서 늦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면 몸과 마음에 양분이 또 가득 차겠지요?
꿀같은 시간 달콤하게 보내세요~
그녀의 첫마디가 왜 이렇게 말랐어 였는데 거의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속초왔는데 딸이 잘 먹을만한 것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신경써주는 마음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