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버리고 물로 뛰어들다

휠체어는 그들의 일상이다.
우리가 움직일 때 두 다리에 의존하듯,
그들의 보행은 바퀴에 의존한다.
우리의 두 다리가 지상에 붙박혀 있듯이
지상을 구르는 그들의 바퀴도 길에 붙박혀 있다.
우리들이 종종 지상에 속박된 우리의 걸음을 훌훌털어버리고
끝간데 없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듯이,
그래서 행글라이더나 패러슈트에 몸을 싣듯이
그들도 종종 그 휠체어의 보행을 털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8월 7일, 토요일.
드디어 그들이 그 휠체어의 보행을 털어버렸다.
그러나 하늘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워라.
물 속에 하늘로의 비상만큼이나 큰 자유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강동구 상일동의 한영고등학교 내에 있는 한영교회의 토요교실 아이들이다.
토요교실은 한영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봉사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12시부터 5시까지 아이들을 보살피며 시간을 함께 나눈다.
그러나 이번에는 10시에 교회를 출발하여 3시까지 한강 천호지구의 광나루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카메라는 그들이 출발하여 다시 돌아오기까지 내내 그들을 쫓아다녔다.
한영교회의 교인들과 더불어
함께 봉사를 해준 사람들은 한영고등학교와 배재고등학교의 학생들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휠체어는 구른다.
바퀴의 길은 지상에 붙박힌 길이다.
때로 그 길은 조력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조력자의 길은 도움과 봉사의 길이지만
아울러 그것은 사랑의 길이기도 하다.
봉사를 하고 사랑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버스에 오를 때면
어머니와 형의 도움을 빌려야 한다.
어머니는 등을 밀어주고, 형은 앞에서 안아올린다.
그때면 휠체어는 뒤에서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버스에서 내릴 때는
아저씨의 등을 빌렸다.
넓고 따뜻하다.
휠체어의 삶은 불편하고 힘들지만
등을 나누어주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또 살만한 것이 삶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드디어 물의 턱앞까지 왔다.
물은 코앞에서 일렁이고 있다.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이다.
하지만 들어가는데는 언니, 오빠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드디어 물 속이다.
처음에는 형의 도움을 빌려
함께 물 속으로 몸을 낮추었다.
참, 이상하다.
왜 물 속으로 가라앉았는데
둥둥 뜨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웃음이 절로 터졌다.

Photo by Kim Dong Won

형이 겨드랑이를 감고 물 속으로 몸을 끌어주었다.
그때마다 발끝이 가르는 물의 느낌이 완연하다.
또 웃음이 절로 터졌다.

Photo by Kim Dong Won

물에 뜨는 방법은 또 있다.
다 알다시피 그건 튜브의 도움을 빌리는 것이다.
그때부턴 사람들이 뒤에서 튜브를 끌어준다.
요건 또다른 재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튜브의 즐거움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둘이 모이면 튜브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아이의 이름은 태연이 이다.
아이는 “놔바, 놔봐, 놔바”라고 소리쳤다.
모두가 그의 튜브에서 손을 놓았다.
그가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순간 뜬다, 뜬다, 떴다.
그는 혼자서 수영장의 한가운데로 둥둥 떠갔다.
웃음을 한움큼씩 쏟아내면서.

Photo by Kim Dong Won

아마도 3차원 입체 냉방에 대해선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시원한 것이 있다.
바로 3차원 입체 봉사이다.
한 언니는 앞에서 끌어주고,
한 언니는 옆에서 호위하며,
한 언니는 뒤에서 물을 끼얹어 등을 식혀준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그 무엇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시원함으로 무장한
완전 3차원 입체 봉사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점심 시간은 꿀맛이었다.
점심이 끝나면 다시 찾아올 물의 시간이
점심 시간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다시 물 앞에 서니
보기만 해도 벌써 웃음이 절로 터졌다.

Photo by Kim Dong Won

휠체어는 수영장 가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자신들 주인의 몸무게를 잠시 비운 휠체어의 휴식은
평온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왁자지껄한 수영장의 소음들 속에 섞인
그들 주인의 맑은 웃음에 시선을 맞추고
햇볕의 따가움도 모두 잊은채
그곳까지 그들을 싣고온 자신의 노고를 흐뭇해 하며,
잠시간의 기다림을 기쁨으로 대신했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휠체어를 탔을 때는
각각의 둘이었는데
수영장 속에선
내가 너의 의지가 되고,
또 너는 나의 의지가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물속의 3자 대면이다.
셋이서 서로 맞잡았더니
아무런 도움없이
그들만의 힘으로 얼마든지 물의 한가운데 둥둥 뜰 수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러나 형과 오빠, 언니, 누나들이 힘을 나누어주면
또다른 즐거움이 마구마구 솟는다.
그 도움으로 튜브는 범퍼카가 되었다.
튜브를 밀고 당기며 서로 부딪치자
그때마다 부딪는 자리에서
웃음이 솟아 올랐다.
함께 하면 세상을 그들의 웃음으로 뒤덮을 수 있다.
그 웃음은 맑고 투명하다.
수영장의 물보다 더 맑은 고운 웃음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아직 휠체어의 주인은 버스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등이나 팔을 빌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을 기다리는 휠체어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그 빈자리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따뜻함이 가득차 있었다.

5 thoughts on “휠체어를 버리고 물로 뛰어들다

  1. 사실 사진의 아이들 대부분이 의사 소통이 거의 어렵습니다.
    언어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읽어낼 수밖에 없죠.
    여러 번 이들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담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2.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수영장 입구엔 차를 못대게 하는데
    철재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그 큰 버스가 설 수 있도록 해주더군요.
    참 고마웠어요.
    다음엔 미리 연락하고 오면 그들이 넉넉한 텐트를 미리 잡아주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수영장의 직원분들과 그곳의 한강 관리사업소 직원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요.

  3. 사진을 보니 모두 수영장에서 멋진 날을 보낸듯 하여, 기분이 참 좋습니다.
    휠체어에 있는 사람을 좀 더 쉽게 태울수 있게 만들어진 버스들이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게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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