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바다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찾은 바다는 속초 바다가 아닐까 싶다.
내가 처음 속초 바다를 본 것은 속초 태생인 내 친구 정윤수의 결혼식에 내려간 길에서 였다.
그때 나는 기차를 타고 갔었다.
그가 나보다 일찍 결혼했으므로 아마도 80년대 말엽이 아닐까 싶다.
그때 이후로 나는 참으로 속초를 자주 드나든 것 같다.
2004년 7월 15일에도 나는 속초의 바닷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갔으며, 가는 내내 비가 왔다.
하지만 가니까 멎었다.
그러나 올 때 또 비가 내렸다.
비는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만 멈추었다.
하루 전날 나는 서해에 있었는데 그 다음 날은 동해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동해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나라였다.

Photo by Kim Dong Won

돌고래.
제 말씀은 돌로된 고래란 뜻.

Photo by Kim Dong Won

영금정.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파도가 심할 때는 들어가면 매우 위험하지만
바람이 잠잠할 때는 가까이서 바다를 볼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구르지 않아도 타이어의 생명은 계속된다

Photo by Kim Dong Won

동해 바다는 종종 그림이 된다.
속초 등대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며 찍었다.
등대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이 비에 젖어 매우 미끄러웠다.
바다로 돌출된 바위들은 바로 영금정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배는 제가 지나온 길을 하얗게 남기며 길을 간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바다는 모른 척 배의 길을 파랗게 덮어버린다.
사실 뭍의 길도 내가 어릴 적 오르내렸던 고향 뒷산의 오솔길은
바다의 길과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풀들이 모른 척 그 길을 푸르게 덮어버렸고,
때문에 이제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그 옛날 내가 다녔던 오솔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배가 하얗게 바다를 가르며 길을 갈 때
문득 어릴 적 내가 무던히도 자주 오르내렸던 고향 뒷산의 산길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그 산길을 가며 파도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는 가끔 저런 걸 타는 사람들을 보면
저걸 타는게 재미나는지
아니면 타다가 바다에 풍덩빠지는게 재미나는지 그게 궁금해지곤 한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타는 것보다는 빠지는게 더 재미나 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덩치큰 배 한 척이 항구를 빠져나간다.
한 눈에 배의 길이 아주 멀고 오랠 것으로 보인다.
멀고 오랜 길을 가려면
몸집을 불려야 한다.
눈앞의 즐거움을 누릴 때는 날렵한 몸매가 좋지만
멀고 오랜 길을 가는 데는 별 소용이 없다.
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모두 길고 오랜 길을 같이할 사람보다
눈앞의 즐거움이 될 사람을 탐한다.

Photo by Kim Dong Won

홀라당 벗겨가다

Photo by Kim Dong Won

요기 노란 선 넘어오기 없기.
하지만 바다엔 아무리 선을 그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Photo by Kim Dong Won

바다에 갔을 때
또 하나의 호사는 파도 소리이다.
모두들 귀기울여 보시라.
파도 소리가 들리는지.
바다의 추억이 있다면
상상력이 우리의 귓전으로 파도 소리를 일으켜 주리라.

Photo by Kim Dong Won

얼음땡.
혹은 쏴쏴쏴 밀려오다가 그대로 멈춰랏.

Photo by Kim Dong Won

외옹치항.
속초에 갈 때마다 항상 들리는 곳이다.
황동규가 쓴 시 중에 이 항구의 이름이 그대로 제목이 된 시가 있다.
황동규는 그 시에서 이 항구를 영혼의 불꽃처럼 흔들리는 항구라고 말했다.

Photo by Kim Dong Won

등대, 하루 종일 바다를 엿보다

Photo by Kim Dong Won

안간힘

Photo by Kim Dong Won

설악산.
갈 때는 진부령으로 넘어갔고,
올 때는 미시령으로 넘어왔다.
올 때 버스의 차창으로 찍었다.

10 thoughts on “속초 바다

  1. ^^

    사진에 보이는 큰배는 동춘호라고 하는 배입니다.

    북한해를 가로질러 러시아 자루비나로 가는 배이지요~^^

    2001년도 여름에 저 배를 타고 러시아를 다녀왔었는데,

    한밤중에 배 위에서 보는 하늘이란~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해드려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복무했던 속초바다 잘 보고 갑니다^^*

  2. 사진을 보니 고향생각이 많이 나네요..제 고향이 속초랍니다.지금은 경상도에 살고 있지만 저도 바다구경을 갈때는 속초로 간답니다…며칠 지나지 않아 혼자 여행길에 오릅니다…이번에도 아마 제차 핸들은 속초로 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맥주를 들렀다 가끔 김동원님 블로그에 들릅니다.
    사진 너무 좋구요.
    글은 더 좋습니다.
    불현듯 결혼전 처갓집에 거짓말하고 떠났던 그 해 여름 속초가 떠 오르네요.
    무려 14시간 걸려서 곤죽이 된채로 속초에 팽겨졌던…^^;
    그 후론 한번도 여름엔 속초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사진, 글 잘 보고 갑니다.

    1. 올해로 미시령 터널이 완공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2시간 30분 정도면 간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2차선 구간이 있는데 그것도 모두 4차선이 된다고 하더군요.
      올해 설악산에 가던 날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들었죠.
      한번 오래간만의 추억 여행에 나서 보시길.
      그리고 찾아주신 것 고마워요.

  4. 물도 맑고 설악산의 경관도 보이고 넘 멋진 바다네요.^^
    속초엔 사촌언니가 살고있어서 놀러오라고하면 알았다고
    한번 가겠다고 말만하고 여지껏 엄두를 못냈어요.
    설악산도 가고싶고 지리산도 가고싶고 가고싶은곳은 많은데..
    꼬부랑 할머니 되기전엔 가볼수있겠죠?^^
    편안한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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