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선

컴퓨터의 뒤쪽을 들여다보면 온갖 선으로 어지럽다.
그녀가 쓰는 아이맥은 이 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도
역시 원활한 이용을 위해선 선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선은 컴퓨터를 고립시키지 않고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관계의 통로이기도 하다.
아이맥의 선들을 들여다 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전기선.
전기선 없이는 어떤 컴퓨터도 움직일 수가 없다.
물론 전기선 없이 움직이는 컴퓨터도 있다.
노트북이 그렇다.
그러나 노트북도 충전을 시킬 때는 전기선이 필요하다.
노트북은 전기선이 필요없는 컴퓨터가 아니라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쓰는 컴퓨터일 뿐이다.
대체로 아이맥은 전기선 하나만 꽂으면 기본 작동이 된다.
모니터 일체형이라 모니터에 따로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개의 컴퓨터는 모니터를 따로 두기 때문에
전기선이 기본으로 두 개는 필요하다.
아이맥에서 전기선은 일단은 단 하나이다.
그런데 예전에 맥의 기종 가운데선
전기 포트가 두 개가 달려있는 기종도 있었다.
본체로 들어가는 전기 포트와
다시 본체에서 나와 모니터로 연결되는 전기 포트가 그것이었다.
그런 경우 전기선은 하나만 필요하다.
모니터의 전기선을 따로 둘 필요없이
맥에서 뽑아 연결하면 되게끔 되어 있었다.
그 기종은 맥을 켜면 모니터도 자동으로 켜지고,
맥을 끄면 모니터도 자동으로 종료가 되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와 컴퓨터 뒷면에
전기 연결 포트가 두 개 있는 컴퓨터는 본 적이 없다.
컴퓨터는 이 전기선이 있어야
잠에서 깨어나 활동에 들어갈 수 있다.
전기선은 컴퓨터에게 있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는 왕자의 입맞춤 같은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이더넷선.
보통 사람들이 랜선이라고 부른다.
이더넷은 랜, 즉 개별 네트웍을 구성하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이 선은 처음부터 이런 모양은 아니었다.
처음에 내가 쓰던 이더넷 선은
케이블 텔레비전을 연결할 때 쓰는 것과 똑같은 동축 케이블이었다.
색은 시커멓고 모양은 둥근 형태의 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현재 흔히 사용되는 이더넷선은 RJ45 타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기에는 다 똑같이 보여도
이 또한 크로스 타입과 다이렉트 타입의 두 가지가 있다.
겉으로 봐선 잘 알 수가 없다.
지금은 허브가 크로스 케이블과 다이렉트 케이블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어느 케이블로 연결해도 인식을 하지만
예전에는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사용해야 했었다.
보통 허브와 허브는 크로스 케이블로 연결해야 데이터가 오고 간다.
이 이더넷선을 통하여 컴퓨터는 인터넷 세상과 연결된다.
요즘은 선없이 무선으로 인터넷 세상과 연결되고
다른 컴퓨터와의 네트웍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속도에선 어떤 무선도 이더넷을 넘볼 수가 없다.
컴퓨터에서 이더넷은 고립을 풀어주는 선이다.
이더넷 선이 있어 컴퓨터는 인터넷 세상의 어디에나 갈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 연결선.
이것은 맥에서만 접할 수 있는 선이다.
이를 이용하면 모니터 한 대를 더 달 수가 있다.
거의 27인치까지는 연결이 된다.
거의라고 한 것은 27인치 모니터의 해상도가 모니터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연결선이 엄청 비싸다는 것.
보통 모니터 케이블이 5천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4만원이나 하는 이 케이블의 가격은 강도짓에 다름없어 보인다.
그래도 4만원은 싼 셈이다.
모니터의 해상도가 2560 x 1440을 지원하면
그러한 해상도를 살리기 위해선 듀얼 링크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또다른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 연결선이 필요해진다.
그 선의 가격은 거의 16만원에 달한다.
4만원이 욕한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강도짓이라면
16만원은 반드시 범죄 행위로 단속해야할
아주 질나쁜 강도짓으로 보인다.
아이맥에서 이 선은 또다른 창을 하나 더 열어준다.
대개 컴퓨터에서 우리는 창하나로 살지만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의 연결선이 있으면 창을 두 개 갖출 수 있다.
최근의 아이맥에서 이 선의 연결 포트는 선더볼트 포트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외부 모니터를 이용할 때는
그냥 선더볼트 포트에 이 선을 꽂으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디오선.
아이맥은 내장 스피커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일단 전기만 꽂으면 창도 열리고(모니터에 불이 들어오고)
또 입도 열린다(소리가 난다).
그런데 기본 내장 스피커의 사운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오디오선을 꽂아 오디오 기기에 연결한 다음
좀더 좋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영화를 볼 때나 음악을 들을 때 더욱 실감이 난다.

Photo by Kim Dong Won

화이어와이어 800 연결선.
우리의 경우 이 연결선의 끝은 화이어와이어 400으로 되어 있다.
800의 속도가 두 배이지만
이 곳에 연결하여 쓰는 대부분의 외장기기들이 여전히 400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400 기기들도 거의 없어지고 있어
점점 쓸모가 없어지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USB 연결선.
우리는 화이어와이어를 선호했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외장 기기들이 거의 모두 USB 방식이라
이제는 이 포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USB가 처음 나왔을 때는 속도가 느려터져 도저히 이용이 어려웠다.
획기적 전환을 이룬 것은 USB 2.0이었다.
그때 속도가 화이어와이어 400을 넘어서면서
나도 외장 기기들을 대부분 USB로 전환했다.
나의 경우 외장하드가 대부분 이 USB를 통하여 아이맥과 연결된다.
하지만 역시 USB를 통하여 연결되는 것 중에 가장 대중적인 것은
키보드와 마우스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아이맥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무선이어서
이를 USB로 연결할 필요가 없지만
섬세한 작업에선 무선이 유선을 넘보지 못한다.
그 때문에 거의 대부분 유선으로 연결하여 작업을 한다.
USB와 화이어와이어는
컴퓨터의 속에 모든 것을 넣지 않고도
몸을 부풀릴 수 있도록 해주는 선이다.

선이 없으면 컴퓨터는 고립된다.
선이 있어 컴퓨터는 세상과 연결되고
다른 컴퓨터와 연결된다.
또 손(키보드와 마우스)을 얻는다.
또다른 저장 공간을 갖고
또다른 질좋은 소리를 갖게 된다.
선은 어지럽고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친하게 지내면
그 어지러움 속에서도 선을 일목요연하게 읽어낼 수가 있다.
어지럽게 얽혀 있는 듯해도
선들이 모두 제각각의 독특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나면 재미나다.
현대 문명을 사는 나는 꽃의 이름을 챙기듯이
선의 이름을 챙기면서 살아간다.
내가 불러주기 전에는 그냥 혼란이고 지저분함이었던 선이
내가 불러주자 나에게로 와서 분명한 이름의 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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