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도의 저녁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7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낮의 족자도는
강의 한가운데로 놀러나온 섬이었다.
물위로 둥둥 떠서
흘러온 남한강의 물과 북한강의 물을 하나로 뒤섞으며
하루를 놀았다.
하루의 시간이 다가고
몸의 피곤을 달래려고 족자도가 몸을 눕히자
저녁이 찾아와 언제나 그랬듯이 조도를 낮추고는
강을 이부자리처럼 그 밑에 펴주었다.
낮의 강변에선 강가로 놀러나온 갈대가
바람이 불 때마다 족자도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손을 흔들 때마다
반가움이 바람에 실려 족자도로 건너갔다.
갈대는 저녁에도 손을 흔들었으나
그때면 반가움 대신 안녕이란 말이
바람을 타고 족자도로 건너갔다.
내일 또 보자고 안녕을 말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이 둘 사이에 어둠이 밀려들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섬과 갈대는 어둠이 등을 떠민다고
자리를 뜨는 법이 없었다.
섬과 갈대는 저녁만 되면 그 자리에 몸을 눕히고
제가 하루 종일 놀던 곳을 집으로 삼았다.

2 thoughts on “족자도의 저녁

  1. 저 섬에 이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름이 있는 걸로 봐 나름 족보가 있었군요.^^
    어투를 조금 바꾸어 읽으면 동화로도, 연시로도 읽힐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자장 노래 같기도 하구요.
    족자도에서 부는 바람이 아침을 상쾌하게 열어주는군요.

    1. 겸재 정선이 그린 독백탄이란 그림이 있는데
      그 그림에 담긴 섬이 이 섬이라고 하더군요.
      족자 대신 독이라는 음으로 대신을 하고
      백은 잣백자여서 뜻을 이름으로 차용했고
      그렇게 하여 족자여울이란 뜻으로 독백탄이라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EBS에서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실장이 그림 강의할 때 들으니 그렇게 설명하더라구요.
      팔당댐이 생기면서 풍경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어릴 때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얘기들으니
      물이 많이 줄었을 때는 허리 정도까지 밖에 안와서
      그냥 벗은 옷을 머리에 이고 걸어서 건넜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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