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쥔 가을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1월 12일 강화도 전등사에서

나뭇잎은 여름내
손을 펼치고 살았다.
펼친 손엔 언제나
푸른 여름이 한가득이었다.
여름을 내려놓은 나뭇잎은
이젠 바싹 마른 가을을
돌돌 말아쥔다.
여름은 손을 펼치고도
손에 담아둘 수 있는 계절이었지만
가을은 돌돌 말아쥐어도
손에서 빠져나간다.
전등사 한켠의 느티나무 아래,
빠져나가는 가을을
무수한 잎들이 돌돌 말아쥐고 있었다.

4 thoughts on “말아쥔 가을

  1. 추위와 목마름에 발버둥치다 끝내 웅크리고 겨울로 가는 나뭇잎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리를 걷다가도 그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편치않았는데. 가을을 말아쥐고 가는 거였군요. “이 가을의 기억들 많이 가지고 가렴.”

    1. 가을이 스산한 느낌을 피할 수가 없는데 가을숲에 가보면 나름대로 느낌이 좋은 듯 싶어요. 낙엽이 깔린 길도 사람 발자국 하나 나있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마치 아직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눈길 같기도 해요. 마치 잔설같다고나 할까. 저는 이 맘 때의 산을 많이 좋아하는 듯 싶어요.

  2. 말아쥔다는 것, 그것도 돌돌 말아쥔다는 어감이 참 좋네요.
    요즈음의 산길을 걸으면서 수북히 쌓였다,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다,
    단풍이 퇴색했다, 이리저리 쓸려다닌다고만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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