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주대는 그의 시 「숲」에서
푸른 나뭇잎을 가리켜
“푸른 잎맥을 따라 번지던 숲의 피”라고 했다.
시인의 싯구절은 시 속에 머물지 않고
읽는 이를 그 구절로 물들인다.
그리하여 그의 싯구절에 물들고 나자
한강변을 걷다 마주한 겨울 나무는
더 이상 겨울나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가 아니라
허공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나무의 실핏줄이 되었다.
나뭇가지가 나무의 실핏줄이 되자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지는
나무의 심장이 된다.
겨울은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는 계절이지만
대지가 나무의 심장이 되고 나자
그 앞의 대지에 서 있을 때
나는 조용히 뛰고 있는 심장 소리를 듣는 듯했다.
시인의 싯구절은 나를 물들이고
그 다음엔 세상을 물들였다.
** 시인 김주대의 시 「숲」은 다음 시집에 실려 있다.
–김주대, 『그리움의 넓이』, 창비, 2012
4 thoughts on “겨울 나무 앞에서 – 김주대의 시 「숲」을 읽고 나서”
ㅋㅋㅋ
시는 아니고 시 같은 <사진읽기> 라요….
아, 사진 읽기 였어요?
숲에 갈 때 읽고 가면 딱 좋겠더라구요.
숲은 생각이 많아지는 곳 같아요.
지금의 숲이 과거에는 바닷속이었다는 곳도 있어서
어떨 때는 놀랍기도 하고 그래요.
가장 낮은 곳에서 이렇게 높아졌다니 하는 생각도 들고.
와~ 이런 시 듣기도 있었군요. 멋진 디지털 시화전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시인이 직접 낭송하니 생생한 게 무척 실감이 나는데요. 근데, 이런 방식이
알려지면 가뜩이나 안 팔리는 시집이 더 안 팔리는 건 아닐지 염려되는데요.
영화 DVD 사면 원래 오디오 말고 해설판이 있더라구요. 코멘터리라구.
시집도 뒤에 DVD 한장 넣어서 낭송판을 넣거나 시에 얽히 얘기들려주는 동영상 같은 거 첨부해도 괜찮을 듯 싶어요. 제작비도 손수 제작하면 크게 많이 안들거든요.
요즘 제가 제일 자주 만나는 시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