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고향 마을의 시내엔 보가 하나 있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시내를 막아 물을 가두어놓은 것이
바로 그 보였다.
우리는 종종 그 보에서 놀곤 했었다.
그렇게 튼튼한 보는 아니어서
큰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 버렸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서너 번은 다시 보를 만드는 공사가 있었던 기억이다.
보의 위쪽은 물이 깊었지만
우리들이 그곳에서 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이 더러워서 였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것은
나에게선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어릴 적 내 고향의 보가 직접 가르쳐준 분명한 사실이었다.
우리는 물이 보를 빠져나가는 수문의 바로 아래쪽에서 놀곤 했었다.
물이 슬쩍 보의 수문을 빠져나와
미끄럼틀을 타듯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면
우리는 그 물의 급한 걸음 앞에 우리의 발을 들이밀어 발을 걸었다.
그러면 물은 화들짝 놀라 공중으로 튀어올랐다가
아래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물에게 발을 거는 장난과
그 장난 앞에 넘어지고 엎어지는 물이 우리의 재밋거리였다.
사진을 찍으러 한강에 나갔다가
하남의 덕풍천을 따라 걷게 되었다.
작은 시내이다.
보는 아니었지만
물이 잘 흘러가다 낙차를 보이며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홍수 끝에도 한동안은
보의 물이 그렇게 보를 일제히 넘어
아래로 미끄러지는 날들이 있었다.
덕풍천에서도 아래로 미끄러지던 물이 발이 걸려
공중으로 솟았다가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아이쿠, 아이쿠, 아구구 소리가 났다.
그 옛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일어나면서도 정신을 못차리고 무릎을 비비는 물들의 비명이
온통 하얗게 일렁이고 있었다.
2 thoughts on “걸려넘어지는 물”
원래는 팔당대교 아래쪽에 길이가 20여 미터, 낙차가 1미터쯤 되는 천이 있어
아이들이 여름철에 재밌게 놀았는데, 덕풍천을 정비해 산책로를 만들면서 저게
생겼지요. 겨울엔 얼어 있기 쉬워 저런 낙차를 보기 어려운데, 잘 보셨네요.
그곳도 지나치긴 했는데 사진은 나중에 덕풍천변을 걷다가 찍게 되었어요.
나무들 많은 산책로를 걸으며 사진찍다 보면 꼭 덕풍천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