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만난 꽃

3월은 꽃과 만나는 달이다.
3월의 꽃은 그 옆에 봄이 함께 서 있다.
내가 사는 서울 지역에선
사실 3월초엔 꽃과 대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하순쯤엔 서울 인근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꽃을 만나게 된다.
가끔 난 봄꽃을 일찍 만나려는 마음에
식물원이나 근처의 화원을 찾기도 한다.
그동안 3월에 만난 봄꽃을 한 해에 하나씩 골라 모아 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3월 31일 경기도 하남시의 검단산에서

생강나무 꽃.
아마도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진달래보다 꽃이 작고 노란색이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해서 그렇지
언제나 봄철의 산에 오르면
가장 먼저 봄을 옆에 끼고 나타나는 것은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었다.
많이 친해져서
꽃이 지고난 뒤 잎만 보고도 알아보는 사이가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3년 3월 30일 경기도 하남의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꽃다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근의 하남과 서울 경계에 부분에 가나안 농군학교가 있었다.
한동안 일 때문에 그곳을 드나든 적이 있다.
2003년에는 그곳에서 꽃다지를 만나 봄과 포옹했다.
흔한 꽃이지만 마른 풀밭에 노랗게 뿌려져 있으면
그 모습이 아주 예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3월 15일 전남 담양 소쇄원에서

매화.
2004년에는 3월 중순에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그녀와 함께 멀리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들른 곳 중의 한 곳이 담양의 소쇄원이다.
정원의 아기자기함보다 그곳에 핀 매화가 더 반가웠다.
우리 뿐만이 아니라 매화를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던 기억이다.
역시 봄은 남쪽 지방으로 먼저 와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3월 23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 대공원에서

매화.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다시 봄에 매화를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이었다.
남쪽의 매화는 3월 중순에 만났지만
서울 지역의 매화는 3월이 하순으로 접어들 무렵에 만났다.
과실 나무 중에선 매화가 가장 먼저 봄의 미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3월 25일 경기도 김포 고양2리의 숲속산새마을에서

제비꽃.
승재씨의 아버님댁이 있는 김포의 고양2리로 나들이를 나섰다가
들판에서 제비꽃을 만났다.
여자들이 냉이를 캐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들판의 꽃을 쫓아다니며 눈을 맞추었다.
한눈팔면 혼나는데 들판의 꽃에 주는 눈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3월 23일 서울 천호동의 옛집 근처 놀이터에서

산수유.
예전에 살던 집의 바로 옆에 있었던 놀이터엔 산수유가 심어져 있었다.
봄이 되면 이 산수유 나무들이 어김없이 며칠 동안 꽃을 선물한다.
생강나무 꽃이랑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잎은 완전히 다르다.
그냥 동네에서 만나면 산수유,
산에서 만나면 생강나무로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먼지가 많은 서울에서 핀 관계로 좀 꼬질꼬질한 느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3월 30일 서울 금호동의 응봉산에

개나리.
서울 금호동에 있는 응봉산은 강변북로를 타고 가면
옆으로 지나치게 되는 작은 산이다.
봄에는 개나리로 산전체가 노랗게 뒤덮인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이 곳으로 나가 원없이 개나리를 만났다.
개나리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꽃의 하나이다.
보통 개나리는 화관이라 불리는 꽃 부분이 네 갈래로 갈라지는데
가끔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을 만날 때가 있다.
개나리 찍을 때면 다섯 갈래의 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산수유.
서울에서 3월초는 아직 봄꽃을 보기에 이른 시기이다.
하지만 2009년의 3월초엔 집근처의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더니
산수유 나무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꽃망울 앞에 서면
이들 꽃망울이 탁탁 소리를 내며 터지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실제로 그렇게 꽃이 핀다면 환상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한 자리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며칠 동안 계속 꽃들을 찍은 뒤
이를 이어붙이면 그렇게 팝콘 터지듯
꽃이 피는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짓은 못한다.
내겐 그냥 머리 속 상상으로 충분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3월 20일 서울 상일동의 화원에서

수선화.
꽃을 보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있었다.
식물원으로는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을 가장 자주 들리며
남산 식물원도 몇번 가본 적이 있다.
남산 식물원은 현재는 없어졌다.
그리고 인근의 상일동 화원도 내가 꽃을 보려고 자주 찾는 곳이다.
다른 곳의 화원과 달리 바깥으로 내놓은 꽃이 많고
사진을 찍어도 별 말이 없어 자주 찾곤 한다.
여기서 꽃 사진을 찍으면 다소 날로 먹는 느낌은 있지만
이름을 익히는데는 이만한 곳이 없다.
꽃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이곳에서 산수유를 만났다.
산수유는 역시 느낌이 청순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3월 9일 부산 영도의 절영해변에서

동백꽃.
사실 동백은 서울 지역에선 그리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아니다.
적어도 태안쯤 가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는 듯하다.
3월초의 부산에서도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파도소리가 밀려오는 해안에서 만난 동백은
한참 동안 발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3월 15일 우리 집 베란다에서

철쭉.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집은
마당이 있었고 그 마당에 작은 화단이 하나 있었다.
어느 해 그녀가 상일동 화원에서 철쭉 한 그루를 사다가 심었다.
하지만 매년 잎만 무성할 뿐 꽃을 피울 생각을 하질 않았다.
철쭉을 은행나무 아래쪽에다 심었는데
철쭉의 꽃이 필 시기가 되면
은행나무의 잎이 무성해져 빛이 잘 들질 않았다.
잎도 마치 며칠 동안 잠도 못잔 듯 푸석푸석했다.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화분으로 옮겨 데리고 왔다.
올해 드디어 윤기가 흐르는 초록빛을 입혀 잎을 내밀더니
꽃을 피우기에 이르렀다.
철쭉은 5, 6월경에나 핀다.
그러니 두 달이나 일찍온 꽃의 기별인 셈이다.
올해는 소백산으로 철쭉을 찾아오라는 초대장 같기도 했다.
철쭉 능선이 있는 산을 몇 곳 골라두었다가 다녀봐야 겠다.
어느 곳에서 온 초대장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4 thoughts on “3월에 만난 꽃

  1. 개나리꽃을 보는 순간, 설렘으로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아마도 개나리꽃은 봄을, 그것도 고향의 봄을 가슴에 지닌 까닭이겠지요.
    그리고 그 풍경속엔 어김없이 한 사람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서 있기 때문이겠지요.
    ‘다방’에서 옛연인을 기다릴 때의 그런 설렘과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나와 눈이 딱 마주쳤을 때의 반가움과 같은 아련한 향수. 참 오랫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감정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그것도 이 이국 땅에 앉아서 고향의 봄꽃 구경을 하고나니 고맙기도 하고, 발품 파신 님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2. 옆에 디지털 앨범이 있으면 화첩으로 만들어 감상하고 싶어지는데요.
    3월 하순이면 그래도 볼만해지는 것 같은데,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1. 저도 언제쯤 꽃들이 피나 궁금했는데 사진 고르다 보니 대체로 3월말부터 시작이 되더라구요. 4, 5월이 완전히 봄꽃 지천인 시기인 듯 싶습니다. 이때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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