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이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믐달로 바뀌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달이 차고 기운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말 속에서 달은
빛을 채웠다가 비우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베란다의 화분에서 딸기가 빨갛게 익었다.
하지만 빨갛게 익은 딸기를 바라보던 나는
문득 달에서 차고 이지러짐을 보았던 사람들의 시선을
절반만 빌려오고 싶었다.
내가 달이 찰 때까지의 시선만 빌려오자
딸기가 빨갛게 익는 것이 아니라
딸기에 색이 빨갛게 차올랐다.
빨간 색이 다 차오른 딸기 두 개를 따서
하나는 어머니에게 드리고, 하나는 딸에게 주었으나
어머니가 그 하나를 다시 딸에게 주는 바람에
결국 색이 가득한 딸기는 모두 딸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색이 차오른 딸기를 거두고 나자
딸기를 심어놓은 화분의 한켠에서
다시 딸기의 아래쪽부터 붉은 색이 서서히 차오르고 있었다.
어느 가수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노래했지만
우리 집에서 색이 차오른다 따자고 노래한다.
붉은 색이 차면 거두어들이는 딸기의 세상이다.
**베란다 화분의 딸기 얘기는 다음에서 이어지고 있다
–딸기의 부끄러움
–드디어 딸기가 열리다
–햇볕의 선물: 처음 딸기 꽃이 피었을 때의 얘기
2 thoughts on “딸기에 색이 차다”
한꺼번에 색이 차지 않고 순번을 정해둔 듯이 한두 개씩 익어가 주인과 화자의
즐거움이 되네요. 다음 번 빨갛게 차오른 딸기는 두 분 몫인가요?^^
다른 무엇보다 색이 끝내줍니다.
정말 다른 티끌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빨강색이 이런게 아닐까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