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동항에 차를 대고
항구의 안내소에서 소록도에 어떻게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방법을 일러주던 아저씨가 내 카메라를 힐끗 보고는
소록도의 중앙공원에 가면 사진에 담을만한 나무가 아주 많다고 했다.
하루 종일 나무만 찍어도 될만큼 나무들이 많았다.
나무는 줄을 서서 자란다.
때로는 길을 따라 똑바로 줄을 선다.
‘앞으로 나란히’를 하지 않아도
한해내내 줄이 흩어지는 법이 없다.
그렇지만 나무가 항상 똑바로 줄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 가운데서도 줄의 맨앞이나 뒤, 또는 옆이 궁금한 나무가 있다.
그래서 나무는 몸을 이쪽이나 저쪽으로 틀어
제가 궁금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그래도 나무는 지조가 있어
한번 궁금하면 평생 그곳만을 궁금해 한다.
그러나 역시 모든 나무가 예외없이 궁금한 곳은
바로 머리맡의 하늘이다.
하늘은 어떤 날은 푸른빛으로 가득차고
어떤 날은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로
나무의 머리끝을 적신다.
나무에겐 그 하늘끝이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그때마다 나무는 발돋움을 하여 키를 키우고
머리끝으로 하늘을 콩콩 찔러본다.
때로는 가지끝을 콧구멍처럼 열어
하늘의 냄새를 흠흠거리며 호흡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조심 조심.
그러다 빗방울이라도 날리면
콧구멍에 물들어간다.
나무들 사이로 놓인 길은 흙길이 제 격이다.
하지만 아무리 흙으로 덮여 있어도
그 길은 물처럼 흐르는 길이기 때문에
길이 바삭바삭하게 말라있는 날에도
돌다리를 밟고 물을 건너듯 건너 가야 한다.
사람은 늙으면 허리가 휘어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나무도 종종 허리가 꺾일 때가 있다.
숲의 나무가 오솔길 위로 허리를 꺾으면
그때부터 그 나무는 숲길의 문이 된다.
나무가 그곳에 문을 만들고 나면
그때부터 그 문의 저편으로 신비로운 비밀 같은 것이 자리를 잡는다.
때로 평생을 함께 할 짝을 바로 옆에 둔 행운의 나무는
스텝에 맞추어 차차차를 추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모든 나무들이 부러워하는 가장 꿈같은 인생이다.
둘이 추는 차차차가 부럽기는 하지만
그러나 여럿이 함께 모여 막춤으로 보내는 시간도
보통 즐거운 게 아니다.
항구의 바로 곁에 자리를 잡으면
하루 종일 오가는 배를 구경할 수 있다.
그것 또한 남다른 재미이다.
근데 오가는 배 속의 사람들에겐
나무가 구경거리이다.
때로 바람의 힘을 빌어 손을 흔들면
간혹 사람들 가운데서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서로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만남은
마주치는 순간을 짧아도 그 즐거움은 아주 오래 간다.
2 thoughts on “소록도엔 나무가 많다”
요즘 제마음이 넘깜깜한지라~~~~흑~~~~~~~~~!!
소록도에 나무들이 정말 맑고 푸르군요.
저곳에 가서 제마음좀 밝아지도록 하고파요. 정말 파릇하게 맹글어 오고싶오요!!
마음이 우울할 때는 잠깐씩이라도 외출을 하셔 보심이…
한강이나 남산은 간단하게 다녀올 수 있으면서도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갈 때마다 마음의 어둠을 한강물이나 남산의 바람 속에 날려보내고 오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