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홈플러스는 밤 12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도 문을 닫는다.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우리 동네에 문을 연 홈플러스는
1년내내 하루 24시간 영업을 했다.
그러던 중 2010년의 6.2 지방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쥐고 있던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민주당이 지방 의회의 다수를 이룬 지역에선
대형 마트의 영업 시간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우리 동네도 그런 규제 지역의 하나가 되었다.
규제가 시작되자 자본은 이러한 규제를 불편으로 읽으라고 강요한다.
과연 홈플러스가 영업 규제를 받으면서 나는 불편했을까.
내가 밤 12시가 넘어 홈플러스에 들렀던 것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해에 한두 번에 그쳤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는 오히려 일요일에 홈플러스에 가는 것을 꺼렸다.
홈플러스가 밤 12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에도 문을 닫았는데도
불편은 내 피부에 실감이 되질 않았다.
그러면 주말에 매장에 붐비던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불편을 겪고 있을까.
문닫은 일요일날 홈플러스 주변은 한가하다.
그 앞을 서성거리며 당혹스러워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다들 잘 적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그냥 문을 열려 있으니 가서 이용했을 뿐이란 느낌이 들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동안 자본이 홍보해온 편리가
일종의 자본 이데올로기 같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편리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자본이 추구하는 편리 이면의 세상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한다.
그 편리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그곳에는 자본이 이익 추구를 위하여
사람들을 끊임없이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냉혹한 자본의 세상이 있다.
자본은 그 무한경쟁의 자본 세상을 편리라는 이데올로기로 은폐한다.
편리로 은폐된 그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가면
밤잠도 설치면서 일을 하고 소비를 하도록 우리를 내몰던 무한경쟁의 자본 세상을
드디어 우리들이 홈플러스의 닫힌 문 저편으로 가두어 놓았다는
짜릿한 승리의 쾌감마저 느껴진다.
때문에 자본가들은 홈플러스의 닫힌 문을 우리에게 불편이라 속삭이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무한경쟁의 작은 종식을 알리는 하나의 희망이다.
그래서 난 일부러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나 야밤의 으슥한 시간에
홈플러스의 닫힌 문앞을 어슬렁거리곤 한다.
자본에 맞서 사람들이 쟁취한 이 작은 승리의 쾌감을 맞보기 위해서이다.
우리 동네 패밀리 마트는 우리 가족이 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가족이 하고 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그 이름으로 친한 척을 한다.
친한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밤새도록 영업을 하며
그것을 편리라고 읽으라고 은근히 나를 쇄뇌시키려 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의 쇄뇌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그렇게 애를 쓰면 그것은 편리가 아니라
잠도 못자고 일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세상으로 읽힌다.
편리가 교묘한 자본의 이데올로기란 점에선
패밀리 마트도 전혀 예외가 아니다.
편리가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잠도 못자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교묘하게 은폐된 경쟁의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다.
2 thoughts on “편리와 경쟁”
야행성이 아니 저로선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네요.
오늘 신문을 보니 패마가 이름을 CU로 바꾼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밤엔 당연히 잠을 자야하는데… 서울은 밤낮이 따로 없는 듯 싶어요. 오히려 밤에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많이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