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다 보면 삶도 뿌리를 내린다.
그 삶이 땅이나 바다에 기대어 있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두물머리의 농민은 그곳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그것은 강정의 어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뿌리내린 삶은
아마도 그곳의 또다른 자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넘어
그곳의 자연이 된 사람들이다.
그들을 그 땅과 바다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은
그곳의 자연을 그 자리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6월 19일날 새로 부임한 서울 국토청 관리국장과 관련 공무원들이
벌건 대낮에 두물머리를 찾아왔다고 들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들의 방문을 난입으로 느꼈다.
그곳을 난입한 그들은
두물머리 개발이 국가 사업이니 만큼
농민들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두물머리의 땅에서 빨리 나가라는 소리이다.
그 자리에 있던 한 분은 그들의 태도에서
마치 그들이 그곳의 땅주인이라도 되는 양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기분이 매우 씁쓸했다고 전했다.
두물머리의 농민은 단순히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또 하나의 자연이 된 사람들이다.
산을 깎고 강을 망가뜨리는 것만이 자연파괴가 아니다.
땅과 바다에서 또 하나의 자연이 된 사람들,
바로 그곳의 농민과 어민을
그들의 땅과 바다에서 내쫓는 것도 또 다른 자연파괴이다.
땅과 바다 모두, 그곳에서 농사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그곳의 주인이 아닐까 싶다.
국가가 해야할 일은 그곳의 주인들이
제 땅을 버리고, 제 바다를 버려야 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곳에 농사짓는 사람이 있어
매년 논에 모가 심어지고 비닐하우스에서 딸기가 꽃을 피운다.
사람이 가꾸었는데도 그것은 자연의 풍경이 된다.
가꾸는 사람이 이미 또다른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곳의 또다른 자연이 된 두물머리의 농민들이
제발 뿌리 뽑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 thoughts on “그곳의 자연이 된 사람들”
정권 초기도 아니고, 곧 나갈 사람들이 유세떨었군요. 저는 또 하나의 자연이 된 사람들이 그곳의 주인이란 생각엔 조금 생각을 달리하지만, 토목공화국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가더라도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낼 줄 아는 공무원들이 필요한데, 실적주의와 눈치보기에 길들어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곳 농민들도 그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는 하지 않더군요.
그냥 굳이 주인을 따지자면 그분들이 주인인 것 같다는 것은 저의 생각이었어요.
그곳에 계신 분들은 이곳의 자연은 하늘의 것이어서 자신들도 자신들 마음대로 내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