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돌계단은 서로 맞붙어 있었다.
오랜 세월 둘은 같은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원래 오랫동안 붙어있으면
함께 한 세월이 정으로 발아하고
그러다 보면 사랑이 피어나는 법이다.
그러나 둘은 사정이 그렇질 못했다.
나무가 뿌리를 들이밀기에는
돌계단의 표면이 너무 완고했다.
둘은 그저 마주보는 것만으로
세어보면 그저 아득하기만한
오랜 세월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서로 품고 안아줄 수 없을 때
마주하는 세월은 종종 아쉬움이 된다.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결혼하는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품고 안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무와 돌계단의 사이엔 그
서로 안고 품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둘은 그래서 언제나 비오는 날을 기다렸다.
돌계단에 비가 고이면
그때부터 돌의 완고함은 뒤로 물러서고
그 자리에 돌의 가슴이 떠올랐다.
비는 돌의 완고함 깊숙한 곳에 갇힌
말랑말랑한 돌의 가슴을 바깥으로 불러내주는 부력이 되었다.
돌의 가슴은 비의 부력을 타고 바깥으로 떠올랐다.
그러면 그때부터 나무는 제 모습을 그 돌의 가슴 깊숙이 내릴 수 있다.
그건 마른 그림자와는 조금 달랐다.
마른 그림자를 돌계단에 눕힐 때면
겉만 훑고 말았을 때의 갈증이 있었다.
마른 그림자를 돌계단에 눕히는 것은 건조한 포옹으로 끝나곤 했다.
비가 내려 물이 고이고,
그 물로 돌계단의 가슴이 떠올랐을 때
그 가슴으로 나무의 그림자를 내리면
건조하던 마음이 촉촉해졌다.
가끔 둘은 비오는 날이면
마음 속으로 서로를 들이며 하나 되었다.
2 thoughts on “나무와 돌계단”
거참, 둘의 사랑법이 남다르네요.
비 오는 날이 이들에겐 우작교(雨作橋)를 놓아주는 날이 되겠어요.^^
한동안 비구경을 못해서 요즘은 둘의 사이가 많이 안타까울 듯 싶습니다. ㅋㅋ
가서 물을 뿌려줄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