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름, 그들의 노래

Photo by Kim Dong Won
서울 홍대입구의 프리마켓 공연장에서

그의 이름은 이영훈이었다.
또다른 이는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골든팝스라는 3인조 혼성 밴드의 일원이었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로 구성된 밴드였지만
이 날(9월 22일)은 남자 둘만 나왔다.
이영훈과 골든팝스 그 둘은 모두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를 때는 하나도 어색함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할 때는 예외없이 어색해했다.
“저는 이영훈이라고 하구요…”
“저희는 골든팝스라고 하구요…”
자신들을 소개하는 그 짧은 한마디가 그들에게서 가장 어색했다.
왜 그의 이름이고, 그들의 밴드 이름인데
그것이 그들에게서 그렇듯 어색한 것일까.

노래를 부르는 이가 유명해지면,
이름에 자신의 노래를 담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영훈이 유명해지면 이영훈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그 이름에 자신의 노래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
골든팝스가 유명해지면 그들도 그들의 밴드 이름에
그들의 음악을 고스란히 실을 수 있다.
이름에 노래가 실린다는 것은
그들의 이름이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에 대한 지칭어가 된다는 뜻이다.
조용필이란 이름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그의 음악에 대한 지칭어이며,
인순이 또한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그녀의 음악에 대한 지칭어이다.

비록 무명이었지만 그들은 노래를 부를 때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것은 노래를 부를 때는 그들이 노래에 자신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에 자신을 싣지 못하면 노래를 할 때 쭈볏거리게 되고,
그러면 노래는 어색해지고 만다.
그들에게 그런 어색함은 없다.
그들은 노래에 완전히 자신들을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그들의 이름에 자신의 노래를 싣는 행운은 갖고 있지 못했다.
아직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그 이름에 자신의 노래를 싣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그래서 그들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그들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자신들의 이름이 어색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모두가 꿈꾼다.
이름에 자신의 노래를, 자신의 춤을, 자신의 그림을, 자신의 글을, 자신의 일을, 그리고 자신이 꾸리고 있는 가정의 행복을 고스란히 실어서 건넬 수 있는 상대를 갖게 되기를.
노래하는 자는 노래부르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노래부르는 자가 가장 행복한 것은
그들의 노래를 익히 알고 있는 자가
황홀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노래를 들어주고 있을 때이다.
그때 그들은 그냥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이름에 자신들의 노래를 고스란히 실을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서울 홍대입구의 프리마켓 공연장에서

7 thoughts on “그들의 이름, 그들의 노래

  1. 한참 개명바람이 불때 나도 이름 바꿔버릴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한적있어요.
    한자로 英娥 인데 뉴스에서 어디 어디에서 영아유기사건이니 하는 글들을 볼떄 상당히 기분이 나빴거든요.^^;;
    직장 생활할때는 제가 실수를 번복하자 과장님께서 네가 그래서 영아구나?하며 놀리기도했다는..
    근데 또 다시 생각해보니 이름을 바꾸면 지금까지의 제 삶. 즉 아름다웠던일. 슬펐던일.등등 모든 일들이 사라져버리는것만 같은거에요. 우습죠?^^
    그래서 기왕 이 이름으로 산거 죽을때 까지 살아보자 결심.ㅋㅋ

  2. 이름이란 의미가 그런거였구나~
    그래서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구나.
    그냥 속담으로 그렇게 알고 있는 거랑
    이렇게 현장에서 보고 그 느낌을 글로 보니 아주 새롭네.
    당신의 글 속에서 느껴지는 새로움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이번 여행이 넘 큰 걸 남긴 것 같어.ㅎㅎ

    허긴 내 아뒤 통통이를 보고
    어떤이는 통통해서 통통이구나 했구,
    어떤이는 통통 튀어서 통통이구나 했던거.. 기억나네.
    난 그때 이름이 갖는 두 가지 의미를 다 갖고 있었거나
    사람에 따라 통통한 모습만 보이기도 했고
    통통 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것 같어…

    마침 아뒤 문제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름이란 글을 보게 되니… 나두 생각이 막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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