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 있는 검단산은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이 아닐까 싶다.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다섯 손가락을 겨우 꼽을 정도이다.
남한산성도 자주 걸음하기는 했지만
남한산성은 내게 산이란 느낌을 주지 못했다.
산을 오를 때 어느 정도 숨을 몰아쉬어야
정상을 내주는 높이를 갖고 있고
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기로 보면
역시 내가 첫 손가락에 꼽게 되는 것은 하남의 검단산이다.
검단산의 높이는 657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의 해발 고도가 100m도 안되기 때문에
실제로 올라가야 하는 높이는 상당히 높다.
강원도의 태백산은 높이는 1546m에 달하지만
유일사 매표소쪽 등산로를 이용하면 이미 그곳의 고도가 900m에 달해
실제로 올라가는 높이는 검단산과 크게 차이가 나질 않는다.
언젠가 서울 사람들과 함께 태백산에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태백산이 왜 이렇게 낮냐는 얘기를 들었었다.
산을 오르면서 접하게 되는 경치로 보면
검단산이 감히 명함을 꺼낼 엄두도 내기 어렵지만
그러나 태백산에 가려면 자동차로 네 시간은 달려가야 한다.
그 때문에 태백산에 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
반면 검단산은 내게 있어 집 나서서 버스에 몸을 실으면
30~4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면 산이 눈에 들어올 정도이다.
그 때문에 검단산은 아주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 산을 올랐을 때마다 카메라에 담았던
두물머리쪽의 풍경을 모았다.
처음 검단산을 오른 것이 2004년이다.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다.
체력이 극도로 저질이었던 시절이었다.
섬의 이름도 모르고 찍어두었던 족자도이다.
2004년에는 8월에 검단산을 오른 뒤
그 다음 달에 다시 검단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더니 두번 째는 좀 오를만했다.
강원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간만에 찾은 산에서 몸이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한번 오르고 나니 금방 예전의 체력을 불러내는 듯 싶었다.
2006년에는 미사리 한강변의 눈풍경에 홀려 사진을 찍다가
그만 검단산 정상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눈이 내린 날의 검단산은 환상적이었다.
얼음이 언 뒤에 눈이 내려 팔당호가 여기저기 하얗다.
2006년에는 2월에 검단산을 두 번이나 올랐다.
두 번째 오른 날은 날이 좋았다.
한동안 뜸하다가 2009년에 다시 검단산을 찾았다.
산에서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 기분을 내고 있는 날이었다.
2010년에는 좀 길게 산행을 했다.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두물머리쪽의 풍경 속에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내려가면 밤늦게까지 집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발걸음이 느긋한 것이 검단산이다.
두물머리의 밤풍경이다.
이 날은 어둠 속에서 내려오는 길을 잊어
아주 심하게 고생을 했다.
가까워서 일찍 집을 나서는 법이 없기 때문에
정상에서 두물머리를 마주하면
대개는 산그림자가 아래로 몸을 눕히기 시작하는 시간대이다.
올해는 봄에 검단산을 찾았다.
날이 많이 흐린 날이었다.
그래도 산의 윤곽이 희미하게 풍경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항상 같은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오를 때마다 다르다.
사실 구름이 좋을 때마다 마음이 검단산으로 끌린다.
구름 좋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풍경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올해는 구름이 좋은 날을 골라 산을 오르고
그림 한점을 얻어와야 겠다.
2 thoughts on “검단산에서 본 두물머리 풍경”
우리동네산을 모아서 올려주시니 계 탄 기분입니다.
아주 쾌청한 날은 두물머리도 잘 보이지만, 저 너머 구비구비 산들도 볼만 하죠.
저는 아직 밤에 오른 적은 없어 산정에서 보는 두물머리나 반대쪽 야경은 익숙치
않은데, 올 가을에 한 번 저녁 때 올라가고 싶어졌습니다.
밤에 산을 내려오다 보니까 그 밤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더군요.
길을 잃고 고생한 적은 있지만 불빛따라 자꾸 내려가다 보면
어쨌거나 집에 가게 되니까 날이 어두워져도 별 걱정은 안드는 것 같아요.
검단산이 좋기는 한데 석양을 찍기에는 좋은 위치가 없는 듯 싶어요.
석양은 예봉산쪽이 나은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