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전에 갔던 산들에 다시 가고 싶어진다.
사진을 살펴보니 북한산은 두 번을 올랐다.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등산만 했던 기억도 있는데
언제였는지 흐릿하기만 하다.
사진이 일깨워주는 기억의 재생력은 놀랍도록 위력적이다.
사진으로 남겨진 시기는 2002년과 2008년이다.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2001년 이후로는 어디를 가나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그때 이후로 보면 북한산을 오른 것은
단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서울에 있어 자주 간 듯한 착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북한산에서 가장 유명한 봉우리, 인수봉이다.
올라갈 때 눈에 들어온 인수봉을 잊지 않고 찍어두었다.
날이 좋은 봄날이었다.
아이와 그녀가 함께 갔었다.
인수봉의 모습은 6년 뒤에도 여전했다.
종로에서 사진을 찍다가
우이동 골짜기로 가는 버스를 보고 느닷없이 마음이 동하여
거의 저녁이 다 되어 북한산을 찾았었다.
올라가다 아마도 백운산장있는 부근에서 찍은 모습이 아닌가 싶다.
2002년에 이미 서울은 아파트의 숲이었다.
서울의 모습이나 산의 모습이나 큰 변화는 없는 듯 보인다.
산의 나무들도 배치가 비슷하다.
그러나 사실 아래쪽의 서울에선
사람들이 큰 변화를 겪었을 것 같다.
북한산의 최고봉,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난 여길 한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늘어서 있는 사람들 뒤에서의 기다림을 이겨내질 못했었다.
2002년의 사진을 보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들 그냥 평상복 차림이다.
아주 흥미롭다.
등산복 바람이 분 것은 2002년 이후였나 보다.
2008년에는 해가 질 때쯤 산에 올라
또다시 백운대로 올라갈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2002년의 백운대가 동쪽 부분의 모습이라면
이것은 서쪽 부분의 모습이다.
2002년의 사진을 보니 북한산은 바위가 아주 좋다.
2008년에는 가을이 막 끝나는 시점에 산을 찾아
올라가는 내내 단풍에 홀렸던 기억이다.
다시 대낮에 올라 2002년에 내 눈을 끌어갔던
북한산의 바위들을 만나보고 싶다.
2 thoughts on “2002년과 2008년의 북한산”
옷도 평상복이지만 배낭 맨 사람들이 많이 안 보이네요. 그러고보니 요즘
등산복이란 말도 잘 안 쓰고 아웃도어웨어, 용품이란 말이 주로 쓰이는 걸로 봐서
산을 찾는 이들의 옷문화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저는 백운대는 한 번 오르고, 능선에서 경치 구경하는 재미는 몇 번 누렸네요.
북한산이나 도봉산은 저희 동네 검단산이나 예봉산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산들이죠.
다들 어디 가까운 공원에 소풍나온 복장 같아요.
10년 세월 동안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나 봐요.
그날의 제 복장이나 그녀 복장도 거의 완전 평상복이더라구요.
북한산 종주나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예요.
봉우리가 거의 모두 엄청난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하루 길게 걸을만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