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도시를 버리고 바다로 떠날거야.
산더미같이 쌓인 일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해도
난 그냥 무우자르듯 그걸 싹뚝 잘라내고 말거야.
그리고 마음이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해
동해나 서해를 버리고 멀리 남해로 줄행랑을 놓을 거야.
거리가 아득해지면 그 질긴 일의 강박도 나를 쫓아오지 못할 걸.
바다에 도착하면
뻘을 가득 메운 파도소리가 밤새도록 귓전에 찰랑거리는 곳을 골라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거야.
그렇지만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야해.
아침을 맞아야 하거든.
난 바위가 있는 바닷가를 고를 거야.
그리고 바위 위에 올라가 발돋움을 하고
동쪽 하늘로 길게 목을 뽑겠어.
하지만 그 바위 위에 새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난 그들을 방해하지 않겠어.
그냥 그들의 뒤켠에서 아침을 기다리겠어.
새들은 알고 있지.
매일 아침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것이
사실은 물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아침을 마중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아직 빛이 희미한 이른 시간에 바닷가에 서면
멀리 산들은 마치 파도처럼 보여.
산의 저편에서 아침해가 일으킨 빛의 파도가 일고,
그러면 산은 아침마다 그 빛의 파도를 타고
우리 앞으로 헤엄을 쳐오는 것인지도 몰라.
아침엔 바다로 나간 고깃배도 고기를 잡으러나간 게 아니야.
배가 고기를 낚아 올릴 때 배 한가득 아침이 실리지.
새도 그걸 알고 있어.
그래서 아침마다 배의 뒷전을 쫓아 함께 아침을 마중나가곤 하지.
배에 고기가 찰 때, 아침도 가득 차고,
그때 고기 한마리 얻어먹으면 뱃속에 환하게 아침이 차지.
아무리 흐린 날도 그렇게 아침을 맞으면
그 날은 하루가 환하고 투명하기만 해.
난 가끔 이 도시를 모두 버리고 바다로 갈꺼야.
그리고 바닷가에서 그렇게 아침을 맞을 거야.
6 thoughts on “아침을 맞으러 바다로 갈꺼야”
저도 때론,집어삼킬듯한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가 넘 보고싶어요.ㅎㅎㅎ
어쩌면,고운 감성이신지..넘멋져요.^^
폭풍우 때는 사진찍기가 너무 어려워요.
방파제를 넘어 등대를 집어 삼킬듯이 뛰어오르더군요.
멀리서 봐도 무섭더라구요.
전 잔잔한 바다는 실컷 봐서인지 파도가 거센 바다를 보면 미칠듯 좋아요.^^
근데 아직 동해바다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
김동원님 글 읽으니 바다가고싶다..
바다가 아주 가깝잖아요.
익산에서 군산은 아주 가까운 것 같던데…
동해는 한번 파도가 거칠게 치니까 사람들이 얼씬도 안하던데요.
전 서해바다가…참 좋더라구요^^
엄마 고향이 변산반도 쪽이라서 휴가때마다 서해바다로 갔었거든요..
썰물때 드러나는 바다 갯벌 바닥을 맨발로 밟노라면
꼭 바다속을 걷는 기분이랄까요. ㅎㅎ
진표라고 아는 사람 아들이 있는데
언젠가 그 꼬마와 함께 뻘에 들어갔더니
“아저씨 바다는 어디예요?”하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여기가 원래 바다야,
물이 여기까지 들어왔다가 이젠 나간거야 라고 했더니
“그럼 아저씨, 우린 지금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그게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의 해변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