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화분에서 피는 꽃들은 거의 모두 이름을 알아두었는데
딱 하나, 이름을 모르는 꽃이 있었다.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 갔을 때 이 꽃을 마주했다.
거의 모든 꽃에 친절하게 이름표를 붙여주고 있는 그곳이
이 꽃에 한해서만큼은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고 있었다.
꽃을 보고 나서 반가운 마음에 이름표를 찾았지만
마음의 반가움을 채우진 못했다.
가평에 갔을 때 이화원이란 식물원에서도 이 꽃을 보았다.
역시나 이름표는 없었다.
한해내내 궁금증에 묻혀있던 꽃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히 이루어졌다.
구글의 검색창에 ‘빨간꽃”이라고 치고 이미지를 검색했더니
곧바로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것이었다.
이름은 아주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아하, 이게 베고니아(begonia)였어?
그랬다, 꽃의 이름은 베고니아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목베고니아였다.
이 꽃이 눈길을 끈 것은
하트 모양으로 생긴 붉은 꽃잎 때문이었다.
마치 너를 뜨겁게 사랑해라고 말하듯이 꽃잎을 내밀었다.
꽃잎은 쉽게 떨어지기도 했다.
떨어진 꽃잎을 내려다 볼 때면
버림받아도 식지 않는 사랑 같기도 했다.
베고니아는 꽃이 피는 동안
끝없이 사랑을 잉태한다.
하나둘 아래로 흘리기도 한다.
꽃잎 두 개가 나란히 놓일 때면
누군가를 사랑한 마음이 아니라
둘의 사랑으로 꽃이 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베고니아의 사랑은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으로 사랑을 증식시키는 자가 증식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둘의 사랑을 축하해주러 모인 건가.
어떤 것이 둘의 사랑이고,
어떤 것이 축하해 주러온 사랑인지는 구별이 가질 않는다.
둘의 사랑은 결국은 집단적 사랑이 된다.
하트 모양이던 꽃잎은
꽃잎이 벌어지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네 개의 꽃잎이 대칭을 형성하며 공간을 나누고
그 가운데 수술인지 암술인지가 노랗게 얼굴을 내민다.
하트 하나라고 보았던 꽃잎이 알고 보았더니
마음 둘을 겹친 상태였다.
꽃이 피고 나면 사랑의 마음은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 꽃만 남는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꽃은 마치 종의 모양이 된다.
꽃은 종이 되면서
이제 바람이 흔들 때마다 소리를 울려
마음을 사랑의 종소리로 채우려 든다.
목베고니아는 줄기가 나무같아서
아마도 앞에 목이란 말을 접두어로 덧붙인 듯 싶다.
목베고니아의 경우엔 영어 명칭이 재미나다.
앤젤 윙 베고니아(Angel Wing Begonia)이기 때문이다.
우리 말로 옮기면 천사의 날개를 단 베고니아이다.
목베고니아는 줄기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앤젤 윙 베고니아는 잎에서 따온 이름이다.
실제로 잎이 날개처럼 생겼다.
어느 날 유리창에 비친 잎의 모습이 신기하여
잎의 모양을 대칭으로 놓고 하나 찍기도 했다.
잎들은 천사의 날개 중에서도 어느 한쪽이다.
2 thoughts on “목베고니아”
저도 꽃이나 나무 이름이 알고 싶어 종종 검색해 보는데, 제겐 이런 빨간꽃 행운이
없던데요.^^ 꽃이름만 봐선 목-베고니아, 목베-고니아, 목베고- 니아, 목베고니-아 등으로 다양하게 읽히는 게 재밌는데요.
유리창에 비춰 대칭을 이룬 건 꼭 곤충 눈깔 같아 보입니다.
어떤 분은 베고니아가 어렸을 때 백원이야로 들렸다고 하더라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