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콘도의 완성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9월 10일 강원도 영월의 삼옥리에서

지난 해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갔었다.
친구가 마련해준 숙소에서 묵게 되었다.
동강 시스타라는 콘도였다.
건물은 완성되어 있었지만 주변의 조경은
여전히 공사중인 곳이 많았다.
올해 영월에 내려갔다가 다시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지난 해와 달리 콘도 주변의 나무들이 한해만에 좀더 자라고
아울러 때맞추어 단풍이 들어
지난 해의 을씨년스럽던 분위기를 많이 무마시켜 주고 있었다.
문득 도시에서의 건물과 달리
시골의 건물은 파헤쳐진 주변의 자연이 자리를 잡고 서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무들이 어느 정도 자라
파헤쳐진 자연을 복원시켜 줄 때까지
그 완성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시골이고 농촌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선 집이나 건물을 짓고 나면 그것으로 완성이다.
하지만 시골이나 농촌에선
자연이 얼마나 조화롭게 잘 복원되느냐에 따라
비로소 집과 건물이 완성되는 듯 싶다.
그래서 집하나 지을 때도
자연에게 겸허해야 하는 곳이
시골이고 또 농촌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월 동강변에선 그렇게 사람이 지어놓은 미완성의 건물을
주변의 자연이 어느 정도의 세월을 거쳐 손을 봐가며 완성해가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13일 강원도 영월의 삼옥리에서

2 thoughts on “어느 콘도의 완성

  1. 이 건축미학은 시골과 농촌에만 아니라 도시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 것 같아요.
    코끼리 중장비만 빠져도 시원하고 자연스런 사진이 되는군요.
    작년 사진은 아침에 찍으신 듯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안개가 보기 좋습니다.

    1. 여기서 묵고 다음 날 강변으로 아침 산책하다 찍었어요.
      올해는 들어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는데
      작년에는 여기저기 파헤쳐진 생채기가 그대로여서
      시설이 좋다 싶으면서도 잘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도시는 거의 빌딩이 숲을 대신하는 곳이라
      자연은 거의 희귀해진 곳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사실 여기보다 정선에서 묵었던 가리왕산 휴양림이 더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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