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자유 지대 – 록 공연 탑밴드 2 한판붙자

종종 한 명의 관객이 되어 록 공연의 무대 앞에 서면
그곳은 내게 공연장이라기 보다 소리의 자유 지대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억압받고 핍박받던 이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그 공간에서 소리지르며 해방을 맛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해방의 공간이니 시끄럽고 들뜨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12월 15일 오후 5시에 올림픽공원내에 있는 올림픽홀에서
“탑밴드 2 한판붙자”라는 이름으로 열린 록 공연에 함께 했다.
이틀의 일정으로 열린 공연이었으나
이틀 다 보지는 못하고 첫날 공연만 관람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표에 따라 들어가는 입구가 다르다.
나를 힐끗보더니 안내 직원이 지정석으로 가셔야죠라고 말한다.
난 스탠딩인데…
이제는 늙긴 늙었나 보다.
몸이 늙으면 마음만 젊은 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의아한 눈빛에 개의치 않고 함께 어울려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예리밴드(YeryBand).
그들의 음악은 마치 선율을 손처럼 뻗어
내 가슴 속으로 들이밀더니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겠다는 듯이
내 심장을 잡고 마구 뒤흔들었다.
심장이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악퉁(Achtung).
그들은 예리밴드가 마구 뒤흔들어놓은 심장에
약간의 서정이 섞인 부드러운 손을 들이밀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
밴드의 리더 성환이
“오늘 여러분은 최고의 록 공연을 보시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자신감이 좋았고
그들의 공연은 그 자신감에 대한 증명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
록 공연의 관객들은 음악을 듣기만하는 법이 없다.
곧잘 함성으로 뭉쳐선
록커가 내민 마이크 속으로 뛰어들어가
무대 위의 록커들과 하나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
그들은 그들의 음악으로 공연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러니까 그들이 음악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세상이 뒤집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톡식(Toxic).
두 명은 많은 수의 인원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두 명으로
엄청난 사운드를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기질 않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혹시 구석진 자리에
누군가 숨어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게 될 정도였다.
이번에 그들이 Hotel Califonia를 부를 때
나는 이글스의 곡이 멀리 한국에 와서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톡식(Toxic).
그들은 낮은 저음의 베이스 선율을 두껍게 깔고 밀려와
우리가 딛고 선 지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발밑이 우르르 흔들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디아블로(Diablo).
그들은 음악으로 세상을 들이받아 버렸다.
세상은 그들의 음악 앞에서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초토화된 세상에서
그들의 음악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디아블로(Diablo).
그들이 앵콜송으로 불러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는 “고래사냥”이었다.
난 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합창할 때
곡이 끝나면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몰려나가
동해로 떠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다행히 걱정은 걱정으로 끝났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트랜스 픽션(Trans Fixion).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흥겹고 즐겁게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피아(Pia).
그들은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달리던 소리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정돈해 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2월 1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올림픽홀은 처음이었다.
저녁 다섯 시부터 열 시까지
무려 다섯 시간을 록음악과 함께 달렸다.
모든 소리들이 자유를 찾아
뿌리까지 뽑아들고 해방의 공간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드럼과 기타의 사운드가
몸과 머리 속으로 들어와 깊이 박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소리는 계속 웅웅거리며 머리와 몸 속을 돌아다녔다.

6 thoughts on “소리의 자유 지대 – 록 공연 탑밴드 2 한판붙자

  1. 우와. 대단하셔요. 디아블로형님들 포스가 장난아녔다는..ㅋㅋ벌써한해가 다가네요…한것이별로없는데..

    1. 나중에는 힘들어서 그냥 공연장 바닥에 주저앉아 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출연진들을 보니 저는 토요일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1. 맞는 말씀이세요.
      라이브는 그림의 원화 비슷한 듯 싶어요.
      원화와 달리 음악은 원곡이 라이브 무대에서 선보이고 사라져 버리죠.
      CD에 담아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