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이끼를 품안에 안고 젖을 물렸다. 젖나올 데가 따로 없는 눈은 제 몸을 녹여 한 방울 두 방울 물을 만들고 그 물을 이끼의 뿌리로 꿀과 젖처럼 흘렸다. 이끼가 젖을 반쯤 먹었을 때 눈의 몸은 절반이 사라졌고 이끼가 젖을 다 먹었을 때쯤엔 눈의 몸은 이제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 젖을 물려 키운 이는 사라졌지만 품안의 젖을 먹고 큰 것들은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아 세상을 푸른 생명으로 물들였다.
6 thoughts on “눈과 이끼”
시를 읽고 사진을 다시 보니, 문득 눈에도 얼굴이 있고 팔도 달려 있어 보이네요.
처음엔 특유의 장난스러운 해석이다 싶었는데, 아니네요.
제대로 볼 줄 아는 눈과 헤아리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런 걸 내공이라고 한다죠.^^
6 thoughts on “눈과 이끼”
시를 읽고 사진을 다시 보니, 문득 눈에도 얼굴이 있고 팔도 달려 있어 보이네요.
처음엔 특유의 장난스러운 해석이다 싶었는데, 아니네요.
제대로 볼 줄 아는 눈과 헤아리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런 걸 내공이라고 한다죠.^^
눈이 가슴 모양으로 남아있었으면 딱이었을텐데.. 그걸 찾질 못해서 그만.
내공으로 쳐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
사진과 글로 은유의 사색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맛에 글과 사진을 올려주심에 대한 감사한 일이고 보면 말이죠 ~~ㅎㅎㅎ
사진이 그냥 평범한 일상적 풍경도 유심히 들여다보며 생각하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는 듯 싶어요. 예전에 찍은 사진들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나구요. ^^
촛불은 타다 남은 제 흔적을 남기지만
눈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완전한 사랑이란 가진 것 다 주고,
이제 더 이상 내게 없는 것을 말한다.
불완전 연소와 완전한 해빙.
미진한 사랑과 완전한 사랑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지금 창 밖엔 눈이 오고 있다.
생명의 흔적이 끊기는 계절에
온산하에 촛불을 밝히듯 오는 것이 눈인지도 모르겠어요.
눈이 오면 환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