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지나고 어제 토요일날(10월 7일), 가까운 남한산성에 올랐다.
한번 갈아타긴 하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둔촌동에서 그곳의 등산로 입구를 종점으로 삼고 있는 버스를 갈아타고 간다.
산성이 워낙 커서 자주가도 볼 것이 많다.
어제는 서문과 북문 사이에 있는 연주봉옹성에서 코스모스를 만났다.
코스모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을꽃이다.
하지만 어제는 코스모스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만약 코스모스가 흰색이라면
코스모스는 어렸을 때는 흰보자기에
무슨 비밀인가를 꽁꽁 싸둔다.
무슨 비밀이길래 저렇게 단단히 감싸둔 것일까.
보통은 보자기를 풀면
보자기는 곧바로 널부러져 버린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꽃잎 보자기는 그렇지 않다.
코스모스의 꽃잎 보자기는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마치 문이 열리듯 열린다.
그리고 그 보자기는 열리면서 하얀 우물이 된다.
그 흰 우물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노란 비밀이 있다.
처음에 우리는 그 노란 비밀의 색깔만을 들여다볼 뿐
아직까지는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우물이 좀더 열리면
이제 우물 속에서 찰랑대고 있는
노란 비밀을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오호, 그건 노란 별이다.
한 소쿠리를 가득채운 노란 별이 그 속에서 찰랑대고 있다.
꽃잎이 더 벌어지면
그 한가운데 비밀스럽게 담겨있던 별들이
노란 꽃으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꽃잎을 활짝 펴들면
그때부터 꽃잎은 흰 호수가 되고
그 안의 꽃술은 호수 한가운데 뜬 노란 섬이 된다.
코스모스가 붉은 색이면
흰 호수는 붉은 노을로 바뀌고
노란 꽃으로 장식되었던 섬은
이번에는 흰 호수가 아니라
붉은 노을 위로 둥둥떠서
볕과 바람을 쏘이며 가을과 함께 깊어간다.
코스모스는 그냥 흔한 가을꽃이 아니다.
그건 누군가 별을 색색의 보자기에 싸서
우리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며,
그 별은 별로 반짝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흰색 호수에서,
때로는 붉은 노을 위로,
때로는 분홍빛 마음 속에서
노란 색이 예쁜 꽃의 섬이 된다.
그 예쁜 꽃의 섬엔 달콤한 꿈의 사랑이 있다.
올가을, 코스모스의 옆을 지나다
누군가 별처럼 가슴으로 날아든 느낌이 든다면
우린 그때부터 모두 코스모스이다.
어제 내곁엔 그녀가 있었다.
올가을도 예외없이 코스모스가 여기저기서 가을과 함께 깊어가고 있다.
7 thoughts on “코스모스의 비밀”
후훗…제 글에 엮이셨네요. ^^
코스모스 꽃봉오리를 ‘보자기’로 표현하신 동워니님,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져요.
비밀스런, 신비로운 보자기로군요.
펼쳐진 빛깔마다 담아낸 것들이 저리 다르다니요.
코스모스 꽃봉오리 사진은, 꽃잎보담 더 이쁘게 느껴집니다.
특히, 흰 꽃잎이 열릴 듯 말 듯한 사진 넘넘 아름다워요.
곁에서 함께 가을을 보내는 동워니님 여자 친구분, 두 분께 가을 안부를 전합니다.
사랑이 깊어지시길요.
트랙백이 정상이 되었어요.
청산도의 코스모스가 가득하길레 곧바로 트랙백을 쏘았죠.
오블은 자주 업뎃을 하지 못하는데다 시작한지가 얼마되지 않아 여기서 엮었어요.
추석때 오신 넷째 고모부께서 담양쪽가면 코스모스길이 멋지다는 말 하시더군요.
메타세콰이어 길도 멋지고 그쪽은 볼게 많다고..저도 나로도 갔다오는길에 지나친적있는데 그때가 여름이었는데도 코스모스를 봤던 기억이나네요.^^
그런길에선 무조건 내릴수 있어야하는데 그럴수 없었다는게 참 아쉬워요.^^
근처 한강변에 아예 코스모스밭을 조성해 놓은 곳도 있어요. 규모가 엄청나요.
통통이는 싫어하죠. 술마시러 오는지, 꽃보러 오는지 모르겠다고.
저도 설살적에 남한산성 무척 즐겨 갔었는데
데이트 코스로 드라이브 ..ㅋㅋ여름에 계곡물에 발도 담궈 보구요.
주로가면, 백숙이라던가 더덕구이, 이런 향토 음식만 배부르게 먹고 놀다왔지, 꽃한송이를 이런 섬세한 마음으로 지켜본 적이 없습니다. 경치좋다. 이정도만,ㅋㅋ
코스모스의 비밀 참 고운글입니다.
아무래도 가을이라 그런가 봐요.
빨리 일해놓고 다음 주에 어떻게든 설악산에 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