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올라가 사당역으로 내려온 관악산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하면 역시 내 고향 강원도이긴 하지만
강원도의 산은 마음먹고 길을 나서야
하루 일정 속에 겨우 소화할 수 있다.
서울의 산은 어디에 있는 것이건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서울의 산을
자주 다닌 기억도 별로 없다.
물론 한번씩은 다녀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여 추억을 남긴 산이
북한산, 수락산, 아차산 등등이었다.
아차산은 오르긴 했어도 이것도 산인가 싶기는 했다.
마음먹고 간 산은 없다.
그냥 딴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쯤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그 산들로 향했던 기억이다.
좋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산에 큰 아쉬움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하나 빠뜨렸다 싶은 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서울 남쪽에서 가장 높은 관악산이었다.
3월 14일 목요일에
친구 녀석이 시간 나면 산이나 한번 같이 가자고 하여
항상 한번 가봐야지 했던 관악산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서울의 산은 다 오른 기분이다.
그 날의 일정을 다시 돌아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친구와 서울대 입구에서 만났다.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나갔더니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줄이 하도 길어서 좀 어이가 없었다.
설마 버스를 타려고 이렇게 줄을 서 있겠냐 싶어서
이거 버스타려고 줄 서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 위쪽으로 갔더니 텅텅빈 버스가 온다.
그거 타고 몇 정류장 안가서 서울대 정문에 도착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학생들이 줄서서 타려던 버스는
서울대 안쪽까지 가는 버스였다.
괜히 줄서서 기다렸으면 억울할 뻔 했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서울대 캠퍼스의 뒤쪽으로 오늘 가려는 관악산 꼭대기가 보인다.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구름이 좋은 날이었다.
구름이 대형 솜사탕으로 나뭇가지에 배달되었다.
나무야, 구름 솜사탕 뜯어먹고 달콤하게 봄을 맞으렴.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등산로는 계곡을 끼고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초입에서 보니 구름을 들락거리던
태양이 계곡의 물속으로 들어가 박혀있다.
물바닥에 하얀 구멍이 생겼다 메워졌다 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올라가다 보니 계곡의 여기저기에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다.
커다란 얼음 조각들이다.
그늘 하나가 햇볕을 엄청나게 막아주는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물은 하얗게 부서지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계곡을 내려온다.
무릎이 다 까지면서도 물은 언제나 아래를 고집한다.
하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작은 웅덩이에라도 모이면
곧바로 까진 무릎이 아물고 모두가 물의 이름으로 하나된다.
그 길의 끝에서 또 강으로 하나되고 궁극에는 바다로 하나된다.
부서지면서도 길을 가는 것이
그런 하나되는 세상에 대한 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내가 올라간 등산로는 계곡의 물이 아주 좋았다.
물도 맑았고 수심도 깊었다.
오르다 보니 가야할 산꼭대기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몸이 가벼운 구름이 먼저 가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평일인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의 얘기에 의하면 주말에는
거의 밀려서 올라가고 밀려서 내려온다고 한다.
날풀리면 사람이 더 많아져 산이 사람으로 가득찬다고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쉬며쉬며 올라갔다.
앉아서 쉬다가 올려다보니 머리 위로 까치집 하나가 보인다.
오늘 까치댁에 택배가 왔다.
구름으로 포장한 화창한 하루였다.
하지만 문두드려도 나와보는 까치가 없어 그냥 가버렸다.
대신 받아줄 걸 그랬나.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드디어 능선이다.
하늘과 산이 맞닿는 곳.
저기 올라서면 발은 산에 두고
머리는 하늘에 두게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능선에 올라서면 끝인가 했더니 아직은 아니다.
하이고, 저길 언제 올라가노.
산꼭대기까지 온통 바위이다.
바위를 타고 능선을 걷는데
아래쪽으로 가파른 절벽이라 아찔아찔했다.
아주머니 몇 분은 몇 걸음을 떼다가 자리에 주저 앉더니
결국은 오던 길로 돌아서고 말았다.
밑을 내려볼 때마다 어지럽기는 했다.
높이는 현기증을 부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올라선 능선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 잠시 쉬었다.
바로 아래쪽에 연주암이란 절이 있다.
시간 맞추면 점심도 준다고 들었다.
멀리 과천대공원도 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누가 도대체 서울대가기가 힘들다고 했나.
오늘 와보니 연주대가 훨씬 가기 힘들다.
서울대까지는 버스타고 편안하게 도착했는데
연주대는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야 했다.
시험도 없는데 힘들었다.
다시는 안갈 생각이다.
그래도 눈앞에 연주대를 두고 안갈 수는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보통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관악산 높이는 632m라고 나오는데
산의 정상에 있는 표지석에는 629m라고 나와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한라산에 오르면 백록담이란 호수가 있지만
관악산에는 그 정도의 호수는 아니어도
작은 물웅덩이는 하나 있었다.
백록담에선 노루가 노는데
관악산 꼭대기의 물웅덩이 속에선
가을 낙엽이 노닐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처음에는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군사시설인가 했는가
알고보니 기상관측소란다.
재수좋게 개방 시간에 맞춰가는 바람에 안도 구경했다.
속속들이 보여주지는 않고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안내하는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안에 식수도 있어서 물도 한모금 마셨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집에 가기 좋게 사당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의 산세이다.
관악산은 내려가는 길이나 올라오는 길이나
정상 부분은 어디나 말할 수 없이 험하다.
카메라를 안전하게 짊어지고 두 손으로 쇠줄을 잡고 내려와야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기상관측소의 안내원에게 출퇴근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럼 매일 걸어서 오르내리냐고 했더니 출퇴근용 케이블카가 있다고 했다.
바로 그 케이블카가 올라오고 있다.
어쩌다 관악산에 와서 별구경을 다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이제 험한 코스는 거의 다 내려왔다고 해서
숨좀 돌리면서 올려다 보았다.
봉우리가 셋이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 모두가 아득하다.
내가 미쳤지.. 저길 왜 올라갔나 싶었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 볼 때는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았다.
내려다볼 때는 밑에서 올려다 볼 때의 아득함을 모른다.
사당역 방향의 등산로 쪽에선 제법 험하게 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비행기가 자주 산의 능선을 가까이 두고 낮게 날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몽글몽글하다.
오늘같은 날은 날아갈 때 폭신폭신한 느낌이 나려나.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세상이 뿌옇다.
그 뿌연 세상으로 산들이 아스라히 윤곽을 그린다.
보기에 좋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마지막 내려오는 부분은 계속 돌계단이었다.
징검다리를 밟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헛딛어도 물에 빠지는 법은 없었다.
물대신 가을에 떨어진 잎들이 바삭거렸다.
가끔 가을 소리에 발을 적시며 길을 내려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4일 서울의 관악산에서

다 내려오니 아파트촌이다.
사당역 근처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관악산은 만만한 산이 아닌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다리에 쥐가 나서 다리를 좀 주물러야 했다.
근래에 산에 갔다 와서
다리에 박힌 알이 풀리는데 사흘이 걸린 것은
정말 오래 간만의 일이다.
하지만 산의 바위들은 그 어떤 산보다 좋았던 것 같다.
이 고생의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는 한동안 가지 않을 생각이다.

4 thoughts on “서울대에서 올라가 사당역으로 내려온 관악산

  1. 북한산도 올라 보고 싶어요..관악산도 아마 서울분들이 아주 많이 오르기도 하구요..
    잘봤습니다.

    저도 산행을 무척 좋아라 하는데….역시 산행 사진 보면 ..또 산이 그리워 집니다.~~

  2. 저는 두어 해 전에 과천 정부청사 쪽에서 올라갔다 내려온 적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바위가 많은 악산이더군요. 한여름이었는데, 오르는 내내 바위를 밟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주암에서 멀리 보이던 정상 올라가는 재미가 제법 있었죠.

    1. 그중 짧은 것이 서울대쪽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카메라 때문에 빨리 걸을 수도 없었는데 다음 날은 절뚝거리며 걷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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