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영월내려갔다 왔다.
오후 네시반에 서울서 출발해
밤 11시에 집으로 돌아온
저녁 무렵의 짧은 일정이었다.
내려간 김에 영월 읍내에서 40여리 떨어져있는
나의 진짜 고향에도 들렀다.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연신 이리저리 휘어지는 길을 따라
그곳으로 들어갔다.
문곡리이다.
마을의 삼거리에 차를 세우니
어릴 때부터 있었던 가게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간판이 없다.
우리에겐 영숙이네 가게이다.
들어갔더니 젊은 아이가 나온다.
할머니는 안계시냐 물었더니 주무신다고 했다.
대게 낮에 들르면
항상 영숙이 어머니께서 나오셨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안부를 묻는 내 말에
아이는 내가 누구냐고 묻지 않는다.
얼굴 모르는 아저씨가 아이에겐 모르지만 이미 아는 사람이다.
어릴 때 보고 자랐던 동네 형의 얼굴이
아이의 얼굴 위에 겹쳐 있다.
아이는 날 모르지만
나는 아이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 수 있다.
고향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낯모르는 아이에 대한 친숙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밤은 어두워 불을 밝히지 않으면
어디로도 길을 알 수가 없지만
오래 전에 고향을 떠났어도
고향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여
고향 동네는 밤에도 어디나 훤하다.
사실 거의 모두가 고향을 떠
이제는 아는 집도 몇 집 안된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에 겹쳐 있는 아는 얼굴 때문에
밤에 찾은 고향도 역시 고향은 고향이었다.
처음본 얼굴이었지만
얼굴만 봐도 아이의 아버지가 짐작이 되었다.
2 thoughts on “밤의 고향”
십중팔구 이 집 이름은 버스 정유소 아니면 담배나 약 중 하나일 거에요.^^
수십 년을 한자리에 있으면서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가게에서 껌이나 과자, 아니면 사이다 한 통 사셨는지요.^^
김포사는 친구가 고향사는 친구에게 김치얻어 간다고 들어간 길이었어요. 그래서 음료좀 샀죠. 고향에선 밤하늘에 별이 가득이었는데 서울오니 하나도 보이질 않더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