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로는 민들레이지만
민들레 이외에도 바람을 타고 씨앗을 퍼뜨리는 꽃들은 많은 것 같다.
추석 다음날 하루 늦게 성묘를 다녀오며 보았더니
엉겅퀴도 그런 꽃의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꽃은 전혀 다르지만 씨앗의 모양은 둘이 비슷하다.
작은 씨앗을 아래쪽에 두고 털들이 보송보송한 가는 실들이 위로 뻗어있다.
마치 줄만 보이는 투명 낙하산 같다.
바람이 불면 그 실들은 날개가 된다.
바람은 실이나 밧줄엔 걸리는 법이 없는데
그 가는 실들은 용케도 바람의 갈기를 잡고
씨앗을 꽁무니에 매단채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가는 실로 굵은 밧줄로도 묶어두지 못하는 바람의 갈기를 잡다니…
그러고 보면 민들레나 엉겅퀴 씨앗의 그 가는 실들은
바람의 갈기를 감지해내는 섬세한 감각 세포인지도 모른다.
실이나 줄이 굵으면 바람의 갈기를 잡을 만큼 섬세한 감각을 갖지 못한다.
바람의 갈기는 아주 가늘고 섬세하여 그것을 잡으려면
그만큼 감각이 아주 섬세한 손끝이 필요하다.
민들레와 엉겅퀴처럼 바람을 타고 씨앗을 퍼뜨리는 꽃들은
씨앗에 그런 섬세한 촉수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그 씨앗의 촉수들은 바람의 갈기를 잡고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가을엔 알게 모르게 사람들도 감각이 예민해진다.
가을 바람이 불 때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바람의 갈기를 감지하며,
그 순간 바람의 갈기를 부여잡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가을을 앓고, 또 가을을 타는 것은
바로 그 예민해진 감각 때문이다.
산을 내려오는 길목에서
엉겅퀴 꽃의 씨앗이 따가운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섬세한 촉수를 길고 고운 손가락처럼 뻗고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8 thoughts on “엉겅퀴 씨앗과 바람”
엉겅퀴에도 저런 씨앗이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씀바귀에도.^^
이곳엔 근처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나팔꽃이랑 이름모를 넝쿨풀이 있는데
그 넝쿨풀 꽃이 향수처럼 향기롭다가 여름부터 씨앗 주머니가 커가기 시작해요.
그게 지금은 초록색 껍질이지만 늦가을쯤가면 갈색으로 말라가며 툭! 갈라지죠.
그럼 그 안에 아주 빽빽히 저런 씨앗이 들어차 있어요.
그걸 살며시 꺼내서 불면 엄청나게 많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죠.^^
김동원님도 어쩌면 보셨을거에요.
나중에 그거 찍어올게요.^^
후~ 불고 날아가는 걸 찍어야 하는데 말예요.
놀라운 접사~~
와아~~
제 후배작가하나가 엊그제 지리산을 갔다와서 엄청 염장을 지르더라구요..
앞만보고 달려온 보따리장수생활…이제는 좀 두리번두리번 하면서 살아야겠어요~
지리산은 산 자체가 엄청나게 좋은 곳이라서 더더욱 그렇죠.
그걸 한 사흘에 걸쳐 종주를 하면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는데…
지리산 가고 시퍼라.
근데 젊을 때는 죽어라하고 일하는게 좋아요.
저도 젊을 때는 한 3년 동안 정말 놀러 한번 못하고 한달에 20일은 12시 넘어까지 꼬박 일하면서 살았던 기억이예요. 딸 얼굴 볼 시간도 없어서 딸이 우리를 보러 사무실로 나오곤 했었죠.
물론 그때보다 지금이 좋기는 하지만 놀러다니는 것도 조금 나이든 다음이 더 좋아요. 세상보는 눈이 좀 깊어지기 때문에.
대학 2학년때 지리산 종주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노고단 쪽에서 올라서 천왕봉까지 종주했죠.
하루 종일 걸어가며, 때로는 기다시피 산행을 했는데 지리산은 참 많은 것을 말해주는 산 인 것 같습니다.
지리산 종주 당시 사진을 올렸던 포스팅이 있어서 하나 링크 남겨용~
http://www.serang.co.kr/tt/215
수영복 너무 야행~. 산에 가서 등산만 한게 아니라 수영도 했죠?
놀러다닌다기보다…일욜없이 일하는 이 보따리장수 생활을 12년 정도 하다보니….여기 저기 적신호가 들어와서요..
건강까지 해치면서 일을 해야하나하는 회의도 오고…
주말엔 좀 쉴려고요~^^
그래도 프리랜서가 쉴 때는 푹 쉬는게 또 매력인데…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게 또 맛이 다르잖아요.
최소한 그런 맛은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