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그녀가
서울 근교의 시골에서
화분에 흙을 담아 왔었다.
그녀의 요량은
그곳에 고추나 상추 같은 것이라도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파트의 베란다에선
관상용의 꽃들은 잘 자라는데
이상하게 키워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잘 자라질 않았다.
그 화분은 흙만 담긴 채
아무 것도 키우질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구석으로 밀려나있던 그 화분을
그녀가 올해 다시 꺼내더니 물을 주었다.
그런데 며칠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화분에서 온갖 풀들이 얼굴을 내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흙밖에 다른 것이 없었는데
그 속에 온갖 생명이 안겨있었던 셈이다.
왜 흙을 곧 생명이라고 하는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어디 흙만 그럴까 싶다.
자연의 모든 것이 곧 생명이 아닐까 싶어진다.
쓰러진 나무도
많은 생명의 터전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없어보이는 흙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흙은 생명을 안고 살아있었다.
어머니인 대지란 말을
작은 화분의 흙에서 체감하게 되었다.
4 thoughts on “흙과 생명”
그래서 일까요..
대지가 어머니라고 칭한 이유일런지요~~..
처음에는 그 말을 그냥 따뜻한 품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이렇게 풀들이 솟아나는 걸 보니 생명의 원천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흙이 좋아보이는데요.
저흰 올봄에 화원에서 흙봉지를 사다가 상추를 옮겨 심었더니
아직까진 잘 자라, 웬 일인가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는 구청에서 주는 인공 텃밭을 불하받아 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웠는데 영 시원찮더라구요. 그냥 잡초는 잘 자라는 것 같아요. 아무 씨앗이나 훑어다가 잡초나 키워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