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아무리 예쁘다한들 살구꽃에 비길까.
사실 매화와 살구꽃은
너무 흡사하여 잘 구별이 가질 않는다.
꽃은 매화가 먼저 피지만
살구꽃이 곧바로 뒤를 따르기 때문에
꽃피는 시기는 거의 중첩이 된다.
하지만 나는 둘의 구별법을 갖고 있다.
그 둘의 구별법이란 조금 황당하지만
꽃이 지나치게 예쁘다는 느낌이 들면
거의 살구꽃이 맞다는 것이 내 구별법이다.
내게 있어 이 구별법의 기원은
멀리 어린 시절의
내 고향으로 거슬러 오른다.
내 고향엔 몸을 좌우로 서너 번은 꺾으며,
그 꺾여진 허리로 오랜 나이를 증명하는
살구나무 고목이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가 살구나무란 것은
동네의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때되면 그 나무에서 살구를 따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목이었지만 봄만 되면 꽃을 피웠다.
봄이면 나무 밑에서 고개를 꺾고
하염없이 올려다 볼 정도로
그 나무의 꽃들은 한없이 예뻤다.
나는 살구꽃을
어린 시절에 새겨진
그때의 그 모습으로 기억한다.
살구꽃은 쳐다보고 있노라면
눈에 환하게 빛으로 차는 꽃이었다.
때문에 잠시 시력을 잃었다가
눈을 비벼 시력을 되찾고
그 다음에 다시 꽃을 쳐다보곤 해야 했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살구꽃의 기억을 잊었던 나는
한동안 매화와 살구꽃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꽃의 기억을 다시 갖게 된 나는
이제는 둘을 혼동하는 법이 없다.
꽃이름을 물었을 때
사람들이 모두 매화라고 해도
꽃이 지나치게 예쁘다면
그건 살구꽃이다.
2 thoughts on “살구꽃 예찬”
꽃도 예쁜데다 그 달고 단 열매까지 따먹곤 하셨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나무겠습니다. 나무밑에서 하염없이 올려다 보던 소년이 그려지는데요.^^
제 고향 영월이 살구 하나는 지천이죠. 여름에 가면 여기저기 나뒹구는 살구를 많이 보곤 합니다. 매화는 거의 못보고 자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