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들릴 때 빛은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2월 9일 인천의 영종대교에서

눈에는 감지 안되는 세상이 있다. 멀리있는 세상이 그렇다. 망원경이 우리의 눈을 그 먼세상으로 데려다 준다. 너무 미세한 세상도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그때는 현미경이 도와준다. 그 도움을 빌면 박테리아하고도 눈을 마주할 수 있다. 기계는 우리 감각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차도 그렇다.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면 우리는 대개 신난다. 속도감 때문에 우리만 신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질 않다. 우리가 차의 진동으로 흔들릴 때 영종대교 다리를 밝힌 주탑의 불빛과 가로등이 모두 동그랗게 뭉쳐졌던 몸을 길게 펴고 일제히 하늘을 난다. 내가 흔들리면 세상의 불빛이 흔들리는 나를 따라 모두 동그랗게 말고 살아야 했던 몸을 길게 펼 수 있다. 빛들도 신날 수밖에 없다. 우리만 신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빛들도 신나는 순간이다. 우리가 몸을 흔들며 신날 때, 사실은 빛들도 뭉쳐진 몸을 펴고 그 신나는 순간을 함께 즐긴다. 사실은 차의 도움도 필요가 없다. 그냥 몸을 흔들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신나면서도 그 사실을 잘 모르나 가끔 카메라가 그 순간을 확인해준다. 기계는 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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