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침식을 견딘 바위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과학적 사실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바위 위에 앉아 고기잡이 나간 사람을 기다리던 오래 전의 누군가를 상상했다. 그렇게 상상하면 그때부터 바위가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기다림의 사랑을 보존하려 악착같이 파도를 견딘 때문이다. 때로 어떤 사랑은 이 지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바위가 기억해 둔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사랑은 천년을 두고 기억해 두어야 함을 바위가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걸 알고 대개 단단한 바위 위로 기다림의 자리를 잡는다. 알고 보면 사랑도 본능적으로 과학을 안다.
2 thoughts on “사랑의 기억이 된 바위”
단연 눈에 띄는 모양의 바위군요.
천년의 기억을 품은 바위라니, 더 대단해 보입니다.
천년 전에는 이 바닷가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