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17일 팔당의 봉원터널 서울 방향으로 들어가며

팔당을 거쳐 양평 방향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쪽으로 갈 때면
항상 터널을 빠져나가며 서울과 안녕을 고한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는 터널에 대해 큰 느낌이 없다.
그건 그냥 길의 빠른 소통을 위해 뚫어놓은 편리한 굴일 뿐이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다르다.
팔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봉원터널을 시작으로 네 개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서울의 미사리가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중부고속도로의 경우에도 곤지암 터널 3개를 빠져나오면
톨게이트가 손에 잡힐만한 거리에 곧바로 보인다.
그래서 돌아올 때의 터널은 그냥 터널이 아니라
서울에 다왔다는 느낌으로 그녀와 나를 맞는 또다른 이정표이다.
우리는 집이 서울의 동쪽에 있어
서울에 다왔다는 것은 곧 집에 다왔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비록 삭막한 대도시 서울에 있어도 집은 아늑하다.
밤의 터널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저만치서 열려있다.
그 불빛은 아늑하다.
불빛에 집에 다왔다는 느낌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집이 아늑한 집의 느낌을 보내
터널까지 우리를 마중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곤지암과 팔당의 터널은 우리에겐 항상 집의 마중이다.
터널은 그렇게 매번 따뜻한 집의 느낌으로 우리를 품어서 집으로 데려다준다.
그녀와 내가 동해 여행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12월 17일 팔당의 팔당터널 서울 방향 안에서

6 thoughts on “터널

  1. 좋은 사람과 함께인 집은 늘 그렇게 따뜻한가봐요.
    얼마전 환상의 커플이란 드라마에서도 억만장자인 여주인공이
    기억을 상실해 작고 낡은 집에서 살게되는데 남자주인공을 사랑하게되면서
    그집이 엄청 따뜻한거에요.
    나중에 기억이 돌아와서 으리으리한 집으로 돌아갔는데 왜이리 추운거야..하면서
    작은 집을 그리워하죠.^^
    저도 서울에서 혼자 자취할때의 그 집에 대한 기억은 너무 춥고 싫은데
    친구 효숙이랑 자취했을때의 그집은 너무도 따뜻하게 기억되거든요.
    같은집인데.^^
    결론은 김동원님이랑 포레스트님은 서로가 너무도 따뜻하기때문에 집에 대한 느낌이 따뜻하다는..^^
    아..이제 정말 며칠이 안남았네요.
    김동원님과 포레스트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엔 더 예쁜 사랑하세요.^^
    참! 새해 일출 찍으러 가실건가요?^^

  2. 저 불 빛 넘 따뜻해 보이네.
    서울 떠났다가도 돌아올 때 서울을 환하게 비추는 저 빛을 보노라면
    그 빛이 참 따뜻하더라. 난 그 빛이 왜 따뜻할까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그게 그 빛이 있는 곳에 우리집이 있어서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1. 그냥 조금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항상 서울을 떠났다 돌아올 때면
      시간은 이미 밤늦은 시간으로 밀려가 있기 일쑤였다.
      때문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거의 예외없이 어두운 밤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서울로 돌아올 때면 항상 불빛의 마중을 받았다.
      대도시가 모두 그렇듯이 서울도 휘황찬란한 빛의 도시이지만
      내가 말한 불빛은 서울로 들어오는 입구의 터널에서 마주하는 불빛이었다.
      내겐 그 불빛이 너무도 따뜻해 보였다.
      그 불빛은 왜 따뜻했던 것일까.
      아마도 그 불빛은 그냥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집에 다왔다는 느낌이 그 불빛에 겹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불빛이 눈에 들어왔을 때,
      그 불빛은 그냥 환한 빛이 아니라
      사실은 너희집에 다왔어라는 속삭임이 된다.
      그 속삭임은 따뜻하다.
      서울이란 지명을 이마에 하얗게 새긴 이정표는 그와 달리 그 표정에 따뜻함이 없다.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터널을 마주하면,
      그 터널은 오직 나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한 속삭임,
      바로 집에 다왔어라는 속삭임으로 치환이 되며,
      그 속삭임은 마음의 피로를 순식간에 녹여주곤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내 귀에는 분명하게 들리는 달콤한 속삭임,
      바로 ‘집에 다왔어’라는 속삭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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