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가 있었지.
나무는 해마다 열매를 잉태했어.
그 나무의 열매는 다 익으면 불타는 빨간 색을 자랑했지.
그러니 그 나무는 매년 빨간 아이를 주렁주렁 낳았다고 해도 될거야.
말하자면 열매는 나무의 아이인 셈이지.
우리가 아이일 때 어머니 젖을 먹고 자라듯,
사실 열매도 나무의 젖꼭지를 물고 자라는 거 같아.
그래서 모든 열매는 꼭지를 갖고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 열매는 싹을 내밀 때
이미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젖꼭지를 입에 물고 있는 셈이 되지.
그리고 싹은 고개를 내미는게 아니라 사실은 엉덩이를 슬쩍 내미는 것이구.
그럼 꼭지 떨어진 자리는 모두 나무의 젖꼭지가 되는 거야.
물론 달리 생각할 수도 있어.
열매의 꼭지를 탯줄 정도로 생각해 보는 거지.
그럼 열매의 꼭지 있는 쪽이 열매의 배꼽이 되는 거구,
열매는 나무의 뱃속에 웅크린 태아의 형상이 되어버리지.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좀 그런 것 같아.
그래도 세상에 나왔는데 열매가 아직 나무의 뱃속에 들어있다고 보고 있으니 말야.
그래서 역시 열매는 나뭇가지의 젖을 빨며
그 품에서 자라고 있다고 보는게 나을 듯 해.
그래 그건 그렇다고 쳐.
그럼 열매가 나무의 아이면 나뭇잎은 뭐가 되는 거지.
나뭇잎도 꼭지가 있는 데다가
싹을 내밀 때부터 젖꼭지를 입에 물고 있기는 마찬가지고,
또 가을에 떨어질 때까지 젖꼭지에서 입을 놓지 않잖아.
단풍은 색깔까지 붉어서 붉은 열매랑 색까지 똑같더라.
그러고 보니 또 그렇네.
그럼 나뭇잎도 나무의 아이인가.
뭐, 생각해보니 아니랄 것도 없지만 나뭇잎은 사내 아이 같아.
열매는 그 안에 씨앗을 잉태하고 커가지만 나뭇잎은 그런 게 없잖아.
그러니 굳이 가르자면 열매는 여자 아이고,
나뭇잎은 사내 아이 되는 거지.
좌우지간 나무나 사람이나
사내 아이들은 그저 제 목숨 하나 건사하는 것밖에 못한다니까.
근데 나무는 가끔 사내 아이를 여자 아이처럼 곱게 차려입혀 보고 싶은게 아닐까 싶어.
그래서 가을에 슬쩍 붉은 옷으로 갈아입혀 보는 게 아닐까.
열매나 잎이나 모두 나무의 아이란 생각은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닐꺼야.
열매나 잎이 예쁠 때는 더더욱 그렇구.
아이들치고 예쁘지 않은 아이는 거의 없으니까.
4 thoughts on “붉은 열매, 붉은 단풍잎”
우리 막내아이가 요즘도 제가 티비 보고있으면 와서 젖을 먹으려고 옷을 올려요.
그게 몇번은 귀엽다고 놔뒀었는데 점점 사랑스런 아들로 느껴지는게 아니라서 냉정히 뿌리친답니다.
그냥 두면 안되겠더라구요.
애가 뽀뽀를 해도 키스하는것처럼 하질 않나..ㅡㅡ;;
제 머리나 다리를 만지면서 부드럽다고 하질않나..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것일수도 있겠지만 가만두면 마마보이가 되겠더라는.ㅋㅋ
아무래도 티비나 인터넷의 영향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문학평론가 김현은 <아들의 겨울>이란 소설의 평에서 아이에게 어머니의 품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이의 그런 행동은 어머니, 즉 천국의 사랑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욕망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크면 그 천국을 떠나야 하는데, 바로 그때 천국의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자꾸 매달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커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의 하나죠. 엄마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커가면서 이제 하나둘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있다는 걸 친절하게 알려주면 될 것 같아요. 어른들이 젖병 물고 다니는 것 본적이 있냐는 정도의 예를 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한테 친절한 설명만큼 좋은게 없더라구요.
저녁먹으면 거실에서 이불을 덮고 티비를 보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이불속으로 들어오더니 제 다리에 얼굴을 묻고 있는거에요.^^
그래서 그랬죠.” 동원이 너 나중에 커서 엄마랑 결혼하자.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고 동원이랑 결혼해야겠다”했더니
이녀석이 싫다는거에요?^^
“왜싫어! 너 엄마 이렇게 좋아하는데 결혼도 해야지!”하니까
“내가 컸을때 엄만 할머니잖아.”ㅋㅋ
가을소리님도 아들 어록 하나 만들어서 항상 기록해 놓으시길.
저도 가끔 딸키우며 기록해놓은 예전 것들을 들여다보는데 고게 너무 재미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