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04년)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나는 제주에 있었다.
300명이나 되는 거대한 인원의 단체 여행을 쫓아간 취재 여행이었지만
간간히 사람들이 실내 공연을 구경할 때면
나는 그곳을 빠져나와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흔히가는 관광지를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주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재수가 좋아서 창가에 앉았다.
제주로 가는 동안 내내 셔터를 누르며 갔다.
내릴 때 여승무원이 좋은 사진 많이 찍었냐고 물었다.
안쪽으로 눈길 한번 안 준 내가 눈에 띄었나 보다.
땅에 있을 때는 붙받혀 있는 줄 알았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모두 둥둥 떠있는 섬이었다.
하늘엔 구름 떠가고
오늘 나는 그 위로 떠간다.
천지연 폭포.
천씨 성을 가졌으며 이름을 지연이라 했던 한 여인이
남자가 생기지 않자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푹푹 내쉬는 통에
땅이 주저 앉으면서 생긴
전혀 믿지 못할 전설의 폭포?
우리 모두 저기 섬까지 헤엄쳐 가는 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무겁냐.
나는 월드컵 이전에도, 그때도, 그 이후에도
언제나 붉은 악마였다.
엄지 손가락을 물 바깥으로 내밀어
니가 최고라고 응원하다.
제주 감귤.
한가지에서 오손도손 함께 영근다.
서로 얘기하며 하루이틀 지내다보면 어느새 맛있는 귤이 된다.
제주의 무덤.
돌담이 바람은 걷어내고,
따뜻한 햇살만 소복하게 담아놓는다.
제주도는 말이 많다.
그래도 하나도 시끄럽지 않다.
도시는 가로등이 밝히고 바다는 등대가 밝힌다.
섭지코지.
동쪽 끝이란 뜻이랍니다.
섭지코지의 파도.
바다는 늘상 같은 것 같지만
파도와 그 물빛은
바람의 너울을 타고 끊임없이 표정을 바꾼다.
바닷가의 바위는 그 얘기에 하루종일 귀를 내준다.
내일도 바다의 얘기는 여전히 계속된다.
제주에선
바닷가의 돌들도 파도를 닮아
파도의 문양이 된다.
제주의 모래는 모래인지
그냥 그 자리에서 뭉쳐 떡을 해먹어도 좋을
고운 떡가루인지 헷갈린다.
포구의 휴식.
휴식이란 물이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고
물 위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4 thoughts on “제주의 추억”
저도 올해는 제주도 못갈 것 같아요.
지난 주에 행사측 사람들 만났는데 별 말이 없더군요.
이번에는 300명을 200명으로 줄여서 간다고 하던데 말이죠.
인천에서 배타고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제주도 못가게 되었어요.
사진으로 위로가 되다가도 다시금 아쉬움이 밀려오네요.
지금 당장은 못가지만, 올해 안에 꼬옥 한번 다녀오렵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맨 위 사진은 비행기 뜨고 얼마 안있어 찍은 거라서
대충 충청도의 태안반도쯤이 아닐까 싶어요.
맨위의 사진 전 바다인줄만 안거있죠.ㅋㅋ 눈이 나빠졌나봐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딱 한번 가봤는데. 신혼여행으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