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가 제주도에 갔을 때
주상절리에 머문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무려 그 시간에 300여장이 넘는 사진을 찍은 것 같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뛰어서 그곳으로 들어갔고, 나오기는 가장 나중에 나왔다.
주상절리의 주상은 기둥이란 뜻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육각형의 돌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절리는 갈라진 틈이란 뜻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곳을 가리켜 지삿개라고 부른다 한다.
아득한 깊이를 갖고
절벽의 저 아래쪽에서 바다가 일렁인다.
그러다 바다는 하얀 포말로 몸을 일으키며,
내 코앞까지 일순간에 뛰어올랐다.
바다는 다시 높이를 거두고,
저 아래쪽의 제 깊이로 돌아간다.
바다가 일렁이고 있는 것일까.
한참 바라보다 보면 바다가 끓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어떤 열정이 저렇게 바다를 끓게 하는 것일까.
파도는
바위의 등을 타넘으며,
하루종일 몸이 파랗다 못해 하얗도록 논다.
절벽은 높이를 갖는다.
높이는 항상 우리들로 하여금 그곳으로 뛰어오르고 싶은 충동을 부추긴다.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절벽은 후퇴를 안다.
절벽이 내륙으로 몸을 물리면그곳은 깊숙한 품이 된다.
바다는 그곳으로 밀려들어가 안기는 것이
큰 기쁨 중의 하나인 것을 안다.
바다가 얼마나 높낮이가 심한가는
그 속에 몸을 담근 바위의 색깔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바람이 조금만 부추기면
바다는 끊임없이 바위의 허리춤을 오르내리며 하루를 보낸다.
바다와 절벽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바다는 하루종일 끊임없이 그 경계를 지운다.
폭포는 물이 아래로 쏟아지는 곳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다가 뭍으로 놀러왔다 돌아갈 때면
항상 그 자리는 폭포가 된다.
뭍으로 놀러나가는 것도 흥겨운 일이고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즐거움이다.
하얀 포말은 그 흥겨움과 즐거움의 빛깔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바다를 가둘 수는 없다.
왔을 때 즐겁게 지내고
바다가 가려할 때 보내야 한다.
움직이는 것이 바다이므로
당연히 시선이 그 움직임을 쫓아가게 마련이지만
종종 뭍의 바위가 바다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바위의 형상은 그 정도의 매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바다가 훑고 가면 각진 문양의 바위 표면에서 햇볕이 반짝인다.
바위는 원래 태양을 한없이 빨아들이는 검은색의 색깔을 가졌으나
바다가 다녀간 뒤
자신의 색깔을 버린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바다의 색깔로 하얗게 반짝인다.
4 thoughts on “제주 주상절리”
한창 마감 때라 새로운 걸 쓰기가 어렵군.
그대도 바쁘지.
요즘은 가까운 곳도 같이 놀러가질 못하네.
나 내일 아침 일찍 어디로 사라지고 없을지도 몰라.
일이 나뉘는 바람에 오늘 한군데 일이 마무리될지도 모르거든.
아침에 일어나서 나 없거든 찾지 말어.
울 털보… 제주도 무지 가고 싶을텐데…
요즘 글터가 잠잠하네…
일 열심히 끝내고 제주도 다녀오셔염~
10월의 제주도는 억새가 그대를 맞아줄테니…^^
제주도는 사진찍는 사람에겐 천국 같은 곳이죠.
아무데나 마구 찍어도 멋있어요.
또 가고 싶어요.
지난번에도 보았지만 정말 절경이네요.
꼭 한번 가보고싶어요. 어쩜 저렇게 돌들이 쪼개서 세운듯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