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학판 모임에 나갔다.
문학과지성사에 있는 소설가 원종국(이름이 맞나 모르겠다. 어제 처음봐서…)이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보통은 중간쯤에 일어서서 나오는 것이 나의 습관이었는데
어제는 끝까지 가고 말았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술자리가 다음날 5시까지 계속되었다.
내게 가장 곤혹스런 자리는 두번째로 옮겨간 노래방이었다.
노래를 거절하기 위해 나름대로 마련해간 비책을 내놓았다.
–내가 전에 한번 사람들이 하도 노래를 시키길래 노래를 부른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노래를 부른 것은 노래를 죽이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난 딱 한번 노래를 죽인 적이 있어요. 오늘 내가 노래를 부르면 그건 노래를 두번 죽이는 일이예요. 노래를 죽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나는 사람들이 한바탕 웃고 난 뒤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웃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에이, 또 죽여버려.
–죽여라. 죽여라.
결국 나는 또 노래를 죽이고 말았다.
4 thoughts on “또 노래를 죽이다”
외모랑 글이 맞지가 않아서
이번 모임에선 10분 전에 봤던 사람이 제 이름을 까먹어 버리는 사태까지 빚어졌습니다.
모임은 매달 있지만 저는 2년에 한번 정도씩 나가는데
소설가와 시인, 화가, 저와 같은 문학평론가들이 모이죠.
우리는 주로 그림과 글로 상대방을 상상하다가 만나서
그 어긋나는 외모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배도 좀 나온데다가 머리는 약간의 기름기로 엉켜있고….
그래도 젊은 작가가 찍어준 사진이 고마워서 올렸어요.
다른 사람들 사진은 제가 찍었는데
그건 좀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라
괜히 초상권 문제로 골치아파질까봐 그냥 아무 문제없는 제 사진만 이렇게 올리게 되었네요…
김동원님이세요?^^
제 상상속의 김동원님과는 정 반대네요. 외모상은.^^
전 마르고 안경낀 조금은 깐깐해보이는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이 사진의 모습은 참 털털하시네요?^^
그런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
저녁 일곱시부터 다음날 아침 다섯시까지 술을 마시는데 어떻게 그 짓을 하냐.
2년에 한번씩 얼굴 보는 거지.
그 사람들은 오빠를 이해하는 게 아니고
오빠가 사는 걸, 아무 말 안하고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우린 서로 그러지.
몰골이 어떻든, 술을 마시다 한쪽 구석에서 시체놀이를 하든 말든.
어제는 특히 전위적인 작가들과 시인들이 많이 나와서
분위기가 더더욱 자유의 극단을 달리더구나.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그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오빠의 세계를 이해해주네~~
참고로 우린 이해 못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