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의 물길따라 들어간 춘천의 청평사

춘천의 청평사에 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소양호 물길의 안내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절의 뒤쪽으로 있는 배후령이란 고개로 올라가 산길을 타고 걸어가는 것이다.
배후령까지는 차가 간다.
대부분은 배를 타고 청평사에 가지만
배후령과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택하여
절의 등쪽으로 타고 내려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내려와서 절을 떠날 때면
배를 타고 나간다.
나는 배를 타고 들어갔다 배를 타고 나왔다.

Photo by Kim Dong Won

들어가는 길에선
배가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자
그 물살이 강변에 이르렀다 밀려나오며
포물선의 완곡한 문양으로 강에 일렁거렸다.
산도 안개의 힘을 빌려
그 윤곽을 희미하게 숨기며 비슷한 문양을 그린다.

Photo by Kim Dong Won

청평사 입구의 나무 두 그루는 일주문을 대신한다고 한다.
나무는 하늘과 대화하고 싶었나보다.
나무가 저 정도 컸다면
그것은 큰 정도가 아니라
수십년의 공력으로 저만큼 날아오른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아득한 높이는 컸다기 보다
날아올랐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Photo by Kim Dong Won

회전문.
일주문 다음에 만나는 문이다.
보통 절에 갔을 때 처음 만나는 문이 일주문이며
그 중간에는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이 있고,
그 뒤쪽으로 해탈문이 있다.
청평사의 회전문은 일반 사찰의 중문인 사천왕문에 해당되는 문이다.
여기서 회전이란 돌고 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그런 의미의 회전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돌고도는 인연을 생각하며
몸을 한바퀴 돌렸다가 들어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돌고도는 인연은 이 회전문에선
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고도는 사람이 만든다.

Photo by Kim Dong Won

경운루.
회전문을 들어서면 있는 누각.
문을 모두 열고 있었다.
가슴으로 들어오라는 듯 팔을 벌린 느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경운루의 가슴으로 들어갔더니
바로 앞 회전문의 지붕이 보이고,
그 위로 일주문 나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처음엔 나무가 하늘을 날아오르려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니 나무가 정작 궁금했던 것은
바로 누군가의 가슴 속이 아니었던가 싶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으랴.
그 꿈이 저렇게 높이를 키우도록 한 것이었을까.

Photo by Kim Dong Won

대웅전.
부처님은 가장 깊숙한 곳에 계셨다.

Photo by Kim Dong Won

극락보전.
안락함과 편안함은 부처님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곳의 옆으로 약간 비켜난 곳에 있었다.
부처마저 버려야 그곳에 이를 수 있나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일주문 옆의 의자에서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도시에 있을 때 대화는 회색빛이나
산에 오면 대화는 초록에 물든다.
초록빛 대화를 꿈꾼다면 자주 산에 갈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구성 폭포.
이름은 아홉가지 소리란 뜻이다.
한 옥타브를 넘어서는 가락을 지녔나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폭포는 물이 만드는 숲의 휘장이다.
숲 속의 휘장은 반드시 계곡을 흐르는 물에게 맡겨야 한다.
그곳에 인간이 만든 천조각이 버려졌을 때의 그 흉함을 생각하면
물이 숲의 휘장을 만드는데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물은 여러가지 색을 갖고 있다.
그것은 투명한 듯 하지만
속도를 얻으면 흰색이 되고
깊이를 얻으면 푸른기가 돌기 시작한다.

Photo by Kim Dong Won

항상 계곡의 물은 걸음이 바쁘다.
이상한 것은 무엇인가 걸음이 바쁜 것이 우리 곁을 지나면
우리도 그 속도감에 휩쓸리기 마련이나
계곡에서만큼은 물이 빠른 걸음으로 제 갈길을 재촉할 때
오히려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아예 그 자리에 내처 앉아 그 속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그 물의 속도감을 발등으로 툭툭치며
마치 물의 길을 방해라도 하는 양 노닥거린다.
저리 바삐 제 갈 길을 가면서
사람들을 붙들어두다니
그때마다 저는 움직이면서 사람은 세워두는 계곡의 힘이 신비롭다.

Photo by Kim Dong Won

계곡의 물은 그 진폭이 다양하다.
넓게 퍼졌다가는 다시 모여 굵직한 무게와 속도를 갖춘다.
그 변화는 내게 리듬의 변화로 보인다.
나의 삶도 저렇게 흐를 수 있을까.
때로는 엷고 폭넓고,
때로는 굵고 빠르게.
계곡의 물은 그 길이 지루할 틈새가 없어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나오는 뱃길의 뒤에서
산과 물이 제 모습으로 풍경을 빚어
그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5 thoughts on “소양호의 물길따라 들어간 춘천의 청평사

  1. 핑백: Blog
  2. 청평이 아니고 춘천에 있어요.
    청평, 의암, 춘천, 그리고 그 위에 소양댐이 있으니까
    위라도 아주 한참 위라고 할 수 있죠.
    그냥 물속의 고기가 배 위에서 보일 정도.
    주변 계곡의 물은 아주 깨끗해서 그냥
    그곳 사람들은 계곡에서 밥해 먹을 때
    그 물로 밥을 한다고는 하더군요.
    좀 믿기지는 않았어요.
    설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계곡 물 그대로…
    계곡에 약수가 두 군데 있는데 그 물맛은 상당히 좋더군요.
    춘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로 소양댐까지 30분 정도.
    택시비는 2만원. 거기서 왕복 배삯이 4천원.
    절의 입장료는 2천원. 나올 때는 버스 탔는데 950원.
    걸리는 시간은 한 1시간 30분 정도.
    춘천에서 양구까지 배가 다닌다고 해서
    한번 더 가볼 생각이예요.
    배타고 양구에 한번 가보려구요.
    소양강 따라 차를 몰고 동해는 자주가는데 그 풍경이 끝내 주거든요.

  3. 인건님의 10-20mm 광각렌즈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절의 건물이 모두 마치 계단식 논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사진찍기가 난감했거든요.
    빨리 광각이랑 500mm, 85mm 렌즈를 장만해야 하는데…
    다들 비싼 렌즈라서 쉽지가 않네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