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골, 그 영화 속으로 걸음하다 – 평창 <웰컴투 동막골> 영화 세트장

많은 사람들이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보았다고 한다.
아내와 딸과 함께 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80년대 초기에 대학을 다니며,
거의 4년내내 화염병과 최루탄이 그칠 날이 없던 시절을 보낸 나로선
서슬푸른 냉전의 시선을 뿌리채 뽑아버리는 이런 따뜻한 영화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막골은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서로 으르렁 대도록 강요받았던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시대를 이탈하여 우연히 모이게 된 공간이며,
그들이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사랑을 배우는 공간이다.
젠장, 그런 곳이 세상에 어디에 있으랴.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영화 <동막골>을 보았다는 것을 보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엔 <동막골>에 대한 꿈이 있는가 보다.
벌초하러 고향 영월에 내려갔다가
벌초를 끝내고 정선으로 넘어가는 길에
<웰컴투 동막골>의 영화 세트장이란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1시간 가량 시간을 보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강원도 사투리의 억양이 분명한 아주머니 한분이
감자전이랑 감자떡 등 팔고 계셨다.
그곳의 감자전은 동막전이었고, 그곳의 막걸리를 동막주였다.
정말 맛있었고,
그것을 먹으면 마치 사랑과 화합을 깨달을 것만 같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동막골 가는 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지그재그로 방향을 트는 숲길을 따라
150m 가량 걸어올라가야 한다.
길가에 예쁜 들꽃들이 많아
자꾸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숲이 마을을 감싸주고 있으며,
마을은 오래된 나무 한그루를 그 품의 한가운데 품고 있다.
동막골은 자연의 품 속에 있으며,
그 동막골의 품엔 자연이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무가 진짜냐는 것이며,
사람들의 놀라움은 그것이 잎은 물론이고,
전체 모두가 사람이 손으로 만든 인조목이란 사실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특히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층층으로 구성된 나이대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무는 사진찍기에 좋은 장소였다.

Photo by Kim Dong Won

작은 아이의 이름은 민수이고 큰 아이는 성호이다.
민수는 17개월 되었다고 했다.
이종사촌 형인 성호가 꼭 손을 붙잡고 걸어다녔다.
동막골의 동화력은 대단해서
가족들이 민수의 패션을 가리켜 동막골 패션이라 부르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이런 집을 어디에 가서 구경할 수 있으랴.
우리의 옛집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삶을 이유로 자연을 뭉개버린 공간이 아니라
자연에 동화되어 또 하나의 자연이 되어버린 공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촌장집과 바로 그 평상.
묵은 감정을 갖고 있거들랑
이 평상을 사이에 두고 한참 노려보다가
눈이 뻑뻑해질 때쯤 “이거 대단히 피곤하네”하고 한마디 한 뒤
서로를 포옹하는 것도 이곳에서 해볼만한 일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비행기는 마을 뒤쪽의 후미진 곳,
나무그늘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실 마을은 정말 고립무원의 산골 마을이다.
전기도 들어가질 않아 늦게 가면 둘러볼 수가 없다.
세속의 때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는 곳이라고나 할까.
그냥 숲에서 이 마을을 내려다 보는 순간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미움의 적대적 감정이 뿌리채 뽑혀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순수한 사람을 보면
우리의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Photo by Kim Dong Won

팝콘이 눈처럼 피어올랐던 곳간.
사람들은 이 앞에서 그 눈이 지금도 내리는 양 팔을 벌리고
얼굴에는 웃음을 한가득 담은채 사진을 찍곤 했다.
보기에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영화의 세트장은 매우 정교해서
모양만 그럴듯한 정도가 아니라 세월까지 느낄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동막골 지기인 박정길 선생님.
40여년을 이곳에서 산 그는 서예가이다.
이곳의 산과 강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동막골에 들린 뒤 또 갈만한 곳을 찾는다면 그에게 물어보면 된다.
물론 동막골에 대한 것도 궁금한 것은 그가 모두 풀어준다.
나는 그에게서 어릴 때부터 내가 궁금했던
접산에 대한 얘기를 처음으로 소상하게 들었다.
접산은 영월에 있는 산으로 그의 얘기에 따르면
그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답다고 했다.
물론 그는 나에게 그 산에 가는 길을 가르쳐주었다.
조만간 나는 그 산의 정상인 상상봉에 가볼 생각이다.

4 thoughts on “동막골, 그 영화 속으로 걸음하다 – 평창 <웰컴투 동막골> 영화 세트장

  1. 친구들이나 인과 함께 가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모르겠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좀 가르쳐 주심 안될까요?
    메일로 좀 알려주세요..

    sunjin0412골뱅이hanmail점net

    1. 메일로 알려드렸는데 버스로는 어떻게 가는지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영월까지 간 뒤 영월 구경좀 하고(장릉이나 청령포라고 있어요), 마차를 거쳐 정선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율치리에서 내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2. 영화보던 날 우리는 딸을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금자씨는 볼 수가 없었어요.
    오늘도 딸이랑 그녀랑 셋이서 박수칠 때 떠나라 봤네요.
    역시 금자씨는 18세 이상이라 못봤어요.
    하긴 딸이 다 커도 18세 이상 영화를 같이 보기는 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3. 친절한 금자씨볼때 옆에서 동막골이 하고 있었는데 보고싶었지만 금자씨를 택했죠.
    동막골 볼걸그랬어요.^^
    저 나무가 인조목이라니 가까이보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
    전 이곳에 서동요 세트장이 있어서 시간나면 가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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