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면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일이 끝나는 날은 어디론가 떠나는 날이 되곤 한다.
2004년 8월 8일도 그랬다.
일은 오후 3시쯤 끝나려나 했는데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멀리 떠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다.
그러나 여름은 낮이 길다.
부리나케 카메라를 챙기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는
미리 알아두었던 성남 여수동의 연꽃 단지를 찾아갔다.
수월하게 갈 줄 알았는데 내려서 한참을 헤맸다.
그곳에 도착한 것은 7시였다.
알고보니 지하철에서 얼마안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가 되돌아오면서 많은 시간을 까먹었다.
삼각대를 챙겨간 덕택에 늦은 시간에도
사진을 찍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큰 연꽃 단지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했다.
연꽃 봉우리가 입을 내민다.
지는 하늘빛이 고왔던 것일까.
나도 가끔 저녁 하늘을 향해 입을 내밀고
저녁빛을 들이마셔 보아야 겠다.
연꽃은 연밥을 품고 있다.
연꽃은 그러니까 연밥을 아기처럼 품에 안아서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연꽃이 잎을 열어주자 연밥이 고개를 내밀고 세상 구경을 하고 있었다.
위성 안테나.
연꽃도 세상 소식이 궁금하다.
연잎은 대개 잎을 활짝 펴들고
빛이면 빛, 바람이면 바람, 비면 비를 주는대로 한아름 모두 받아드는 편이지만
개중에는 쑥스러운 듯 잎을 도르르 말아 가슴을 여미고 있는 잎도 있다.
가슴을 여민 잎은 속을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열어보지 않았다.
혹시 연꽃도 노래를 갖고 있지 않을까.
만약 연꽃의 노래가 있다면
연꽃이 목청을 세워 부르는 그 연꽃의 노래는
맑고 투명할 것 같다.
혹 연꽃의 노래는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천천히 피어나면서 절정에 오르는 몸의 노래인지도 모른다.
이 연꽃의 노래는 하얀 음색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연꽃이 연밥을 품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연밥이 이렇게 많은 젖꼭지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연꽃은 연밥의 저 젖꼭지에서 젖을 쪽쪽 빨아먹고 자라
그렇게 예쁜 연꽃이 되는게 아닐까.
연밥이 젖꼭지라니.
연밥은 분화구다.
그곳에 별들이 떨어져 자란 게 연밥이다.
종아리 걷어!
아니, 연잎이 뭘 잘못했다구 그러시는 걸까.
연꽃 초롱이다.
청사초롱은 아래로 걸어두지만
연꽃 초롱은 위로 세워둔다.
옛사람들은 별을 보며 길을 갔다고 하지만
별은 연꽃 초롱을 내려다 보는 재미에
밤하늘로 마실을 나오곤 했다.
6 thoughts on “연꽃 세상 3 – 경기도 성남 여수동 여술마을에서”
연꽃사진이 너무 예뻐서 담아갈께요
예, 그러세요.
연꽃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이 블로그에 연꽃이 많을 거예요.
전 연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는거봤는데 어떤 향기일지 궁금해요.
연꽃향기는 맡아볼수가 없었거든요.
언제나 저 멀리 연못 가운데 피어있으니 향기를 맡으러 들어가 볼수도 없고.^^
그래도 여기 여술마을은 그다지 크질 않아서 가까이서 찍었던 기억이예요. 궁남지나 백련지는 너무 어마어마해서 좀 기가 질렸는데 여긴 아담했거든요.
나는 저 연 잎으로 떡 쪄먹는 사람봤다.
연꽃이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 몸에도 좋은 것이 많이 나오거 같으네.
연근, 연잎, 혹시 연꽃으로도 무슨 약이 있을 것 같으네…
연꽃이 종류도 무지 많아.
색깔에 따라 홍련, 백련이 있고, 또 가시연도 있고, 아주 많더라.
겨울되면 모두 연못 바닥에 철퍼덕 엎드려 있는데 여름에 무성하게 꽃피우는 것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