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책 – 서울 올림픽 공원

2004년 8월로 돌아가 보면
나는 그 더운 여름날에 어지간히도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8일날 일이 끝나자 그날 저녁으로 성남의 여술마을을 찾아가 연꽃 사진을 찍었다.
9일날은 군산의 선유도로 가는 배 위에 몸을 싣고 있었다.
10일날은 부여의 궁남지로 내려갔다.
11일날은 전남 무안의 백련지를 찾아갔으며, 그날 목포의 유달산까지 올라갔다.
그러고나니 숨고르기가 필요했다.
12일날은 그래서 집근처에 있는 올림픽 공원에 다녀왔다.
가고 오는데 바치는 대여섯 시간이 온전히 나의 몫이 되고 보니 시간이 널널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아주 작은 각도의 차이가 방향의 차이를 낳는다.
희망이나 사랑도 알고 보면 절망이나 미움의 반대편이 아니라
이 이정표의 방향이 그저 아주 약간씩 차이가 나듯이
절망과 미움에서 아주 조금만 각도를 틀면 보일지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귀여운 여인.
그냥 자태로 미루어 여자로 판단했다.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승리의 V, 우승의 W(win).
올림픽 공원이라 그런지 단풍나무 열매가 항상 응원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잔디밭 주인.

Photo by Kim Dong Won

일하다 즐기는 달콤한 휴식.
휴식은 함께 즐기면 더욱 달콤하다.

Photo by Kim Dong Won

독야청청.

Photo by Kim Dong Won

중앙선을 지켜주세요.
풀벌레는 오른쪽 길을 이용하시고,
이슬 방울은 왼쪽 길로 다녀주세요.

Photo by Kim Dong Won

까투리.
까투리는 “훠이, 훠이, 까투리 사냥을 나간다”는
그 노래를 제일로 싫어할 거다.

Photo by Kim Dong Won

행진! 행진! 하는 거야!
근데 왜 매일 행진하는데도 항상 제자리냐.

Photo by Kim Dong Won

나무는 항상 잔디밭의 사면을 타고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비스듬히 숙여준 자세를 취했을 리가 없다.

Photo by Kim Dong Won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밥먹는 건 구경거리가 못되는데
왜 다람쥐가 도토리 먹는 건 구경거리가 되는 거지.
도시에선 다람쥐의 식사도 신기하기만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비둘기야,
넌 지금 나를 정면으로 보는 거냐,
아님, 곁눈질로 보는 거냐.
넌 눈이 항상 옆만 보는 것 같아서 헷갈린다.

Photo by Kim Dong Won

저녁이 온다.
오늘 나무의 저녁은 하늘을 물들이는
엷은 붉은 색조의 빛으로 오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태양을 찍으면 주변이 어둡게 나온다.
밝은 곳을 너무 오래 보면 주변이 왠만큼 훤해도 어둡게 보인다.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그 하나를 얻는 대신 많은 것을 잃는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작은 빛에도 눈이 부시다.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세상에 또 나쁘기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5 thoughts on “공원 산책 – 서울 올림픽 공원

  1. 와~~바로 저기가 가끔 웹에서 보는 멋진 사진들의 장소군요?
    저렇게 언덕위의 나무 한그루 너무 멋져요^^ 외롭겠지만.
    아..저 소나무밑엔 비둘기인지 새가 와서 친구해주고있네요.^^
    저기 누워서 책을 읽거나 음악들으면 천국같겠어요.^^
    정말 위의 님 말씀처럼 저도 중앙선이나 행진에 넘어갔어요.ㅋㅋ

    1. 사진의 나무들이 있는 쪽은 아니지만 실제로 언덕에 나무들이 많아서 그 나무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요. 8월 더위에도 그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죠. 그럼 그런 장면은 그림같아요. 한장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 들이대고 찍으려는 순간 고개를 들어서 눈이 딱 마주치는 바람에 찍지를 못했어요. 외국 여자였는데 눈이 마주치니까 뻘쭘해져서 그냥 하늘보고는 돌아서 버렸어요.
      일끝나면 자전거타고 놀러가야 겠어요.

  2. 볼 때마다 사진과 글이 정말 ‘하~’이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어요.
    댓글을 달고 싶은데 적절할 형용사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용기를 내어 흔적을 남기네요.^^;

    풀잎에 그어진 중앙선과 교통법규 보고 뒤로 넘어갔습니다.
    플벌레는 오른 쪽, 이슬방울은 왼쪽!

    ‘밝은 곳을 너무 오래 보면 주변이 왠만큼 훤해도 어둡게 보인다.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그 하나를 얻는 대신 많은 것을 잃는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작은 빛에도 눈이 부시다.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세상에 또 나쁘기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날이 갈수록 젊음과 멀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그나마 감사한 것이 있다면,
    밝음과 어두움의 상대적인 명도를 보는 눈이 좀 떠졌다고나 할까요?

    가끔 와서 사진과 글 보면서 눈과 마음의 창을 청소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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